1. 문제의 소재

추진위원회의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선정시 추진위원회 업무 외에 조합 업무를 포함하여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지와 관련하여, 법제처는 2019. 9. 6.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의 업무범위에 조합의 업무범위에 속하는 업무를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에게 위탁하거나 그에 관하여 자문을 받기로 하는 것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하였고, 이에 따라 별도의 추인 등 결의 없이 관행적으로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선정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조합에서 포괄승계한 정비사업 업계에 큰 혼란이 일었다.

그리고 위 유권해석 이후 하급심 판결에서는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선정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는 조합설립 후 조합에 포괄승계되므로 이를 인준하기 위한 안건도 적법하다’거나(대전지방법원 2020. 7. 17.자 2020카합68 결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상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선정을 총회 의결사항으로 정한 규정은 추진위원회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하지 않았으나 이후 조합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새로 선정하려는 경우에 적용되는 규정이라는 입장에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은 도시정비법에서 추진위원회의 기능 중 하나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이를 가리켜 추진위원회 업무범위를 초과한 것으로 승계가 제한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는 등(전주지방법원 2021. 5. 27. 선고 2020구합2827 판결), 법제척 유권해석과 반대되는 결정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위 하급심 판결과 반대 입장에서 법제처 유권해석에 부합하는 대법원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된 서울고등법원 판결과 최근 2022년 7월 선고된 하급심 판결이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2. 관련 판례

추진위원회가 선정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업무범위에 추진위원회 업무범위를 넘어 조합의 업무까지 포함되어 있는 사안에서, 서울고등법원은 “추진위원회는 조합을 설립하고 인가받는데 필요한 정도의 기능 또는 업무만을 수행한다. 추진위원회의 기능 또는 업무의 성격, 구 도시정비법 제24조 제3항 제7호에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 및 변경’을 조합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정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위 제14조 제1항 제2호의 규정은 추진위원회가 수행할 수 있는 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는 점을 근거로, “이 사건 추진위원회가 조합 설립에 앞서 이 사건 용역계약에서 피고 조합의 업무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해서까지 업무권한을 부여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은 구 도시정비법상의 위 규정들을 위반한 것이다. 추진위원회의 기능과 권한을 규정한 구 도시정비법 제14조는 강행규정으로서 이 사건 용역계약 중 추진위원회 업무에 관한 것을 제외한 부분은 강행규정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판시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21. 1. 29. 선고 2020나2015551 판결).

나아가 위 서울고등법원 판결은 창립총회에서 추진위원회가 체결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와의 용역계약을 포괄승계하고 추진위원회 업무를 승인하는 결의를 하였으므로 적법하게 추인되었다는 주장과 관련하여,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받아 설립등기를 마치기 전에 개최된 창립총회에서 이루어진 결의는 주택재개발조합의 결의가 아니라 주민총회 또는 토지등소유자 총회의 결의에 불과하다”는 점을 근거로, 추진위원회 단계 주민총회 및 창립총회 결의만 있을뿐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받아 설립등기를 마친 후 개최된 총회에서 추인하는 결의가 없었던 이상 용역계약 중 추진위원회 업무에 관한 것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무효라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위 서울고등법원 판결은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기각으로 확정되었다(대법원 2021. 6. 10. 선고 2021다214876 판결).

그리고 같은 취지에서, 최근 2022. 7. 선고된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판결 또한 “강행규정인 구 도시정비법 제14조 제1항 제2호상의 추진위원회의 업무 중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의 의미는 ‘추진위원회가 수행할 수 있는 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계약 중 추진위원회 업무에 관한 것을 제외한 부분은 위 강행규정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보았고, 역시 창립총회에서의 결의만 있을 뿐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받아 설립등기를 마친 이후 개최된 총회에서 추인하는 결의가 없었던 이상 여전히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업무범위 중 조합 업무 부분에 관한 용역계약은 무효라고 판시하였다(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22. 7. 14. 선고 2021가합51496 판결).

3. 결어

추진위원회에서 선정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업무범위와 관련하여, 위와 같이 대법원 심리불속행기각 판결로 확정된 서울고등법원 판결이 존재하는 이상 앞으로 있을 하급심 판결에서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추진위원회 업무범위를 제외한 부분은 무효라고 판시할 가능성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창립총회는 추진위원회 단계의 총회에 해당하므로 창립총회에서 계약을 전부 추인한다고 하더라도 추진위원회 업무범위를 제외한 부분은 여전히 무효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선정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업무범위에 조합의 업무가 포함되어 있다면, 창립총회가 아닌 조합설립인가 이후 개최하는 총회에서 이를 추인하는 의결을 거치는 것이 향후 계약의 효력에 관한 다툼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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