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방배신동아아파트 [사진=심민규 기자]
서울 서초구 방배신동아아파트 [사진=심민규 기자]

현대건설이 올 하반기 서울 강남권 최대어로 꼽히는 방배신동아아파트 재건축에 대한 입찰 포기를 선언했다. 조합이 경쟁사의 불법을 묵인하는 등 불공정하다는 것이 이유지만, 정작 홍보지침을 어긴 쪽은 현대건설이라는 것이 조합의 주장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1일 방배신동아아파트 재건축 조합원들에게 입찰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발송했다. 당초 이 현장은 현대건설과 포스코건설이 입찰참여 의지를 보여 ‘하이엔드 브랜드 수주전’으로 불릴 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고됐던 곳이다. 하지만 현대건설이 입찰포기를 선언하면서 포스코건설의 수주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해당 안내문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조합은 서초구 내 1개소에서의 홍보를 허용하면서 특정 건설사가 홍보 금지사항인 전시관 관람을 시행하는 것을 사실상 묵인했다”며 “홍보감시단은 방배신동아 재건축정비사업과 무관한 당사 타 영업장의 업무를 방해하는 일까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은 시공자 선정의 공정성이 담보되지 못할 수 있다고 판단해 입찰을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조합은 포스코건설의 불법을 묵인한 것이 아니라 되레 현대건설이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반박했다. 현대건설이 사전 홍보 관련 지침을 위반함에 따라 주의를 줬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당초 조합은 입찰이 마감되면 합동 홍보설명회를 개최한 이후부터 건설사들의 홍보를 허용할 계획이었다. 현행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르면 최초 합동 홍보설명회 개최 이후 정비구역이나 인근에 개방된 형태의 홍보공간 1개소에서만 홍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의 방배신동아 조합원 사업설명회 초청장 [사진=조합원 제공]
현대건설의 방배신동아 조합원 사업설명회 초청장 [사진=조합원 제공]

하지만 현대건설은 내방역 인근에서 홍보를 진행하는 과정에 사전에 신고하지 않은 홍보물을 통해 조합원에게 홍보하는 등 지침을 위반했고, 이에 대해 조합의 감시단은 현대건설 측에 수차례 시정을 요구했으나 반복적으로 위반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현대건설은 일부 조합원들을 강남구 압구정동에 소재한 ‘디에이치 갤러리’로 초대해 조합을 비방하는 내용으로 홍보를 진행했고, 해당 사실이 홍보감시단과 주민의 제보로 적발됐다. 조합에서는 해당 홍보 위반 행위에 대한 사진 등의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인영 조합장은 “조합은 양사 모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뿐 특정 건설사에게 유리하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며 “포스코건설의 불법행위를 묵인했다고 주장을 하지만 실제로 불법적인 방법으로 홍보를 한 것은 현대건설”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설사가 조합이 금지한 홍보 행위를 하는데도 주의를 주지 않는 것이 오히려 직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관계자는 “디에이치 갤러리에 일부 조합원이 방문한 것은 사실이지만, 홍보목적이 아닌 조합원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며 “방문 과정에서 감시단과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는 등 공정한 경쟁이 어렵다고 판단해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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