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이 고도화될수록 서울 등 대도시의 건물도 점점 더 밀집되어 높아졌고,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일조권이라는 권리개념이 대두되어 이에 대한 분쟁도 빈번해졌다.

건물이 신축되면서 인접 건물의 일조량이 감소할 경우 위법성 판단의 근거는 소위 상린관계를 정한 민법에서 찾을 수 있다. 상린관계란 인접한 부동산 상호 간 이용을 조절하기 위하여 인정되는 권리관계를 말하고, 민법 제217조는 “토지소유자는 매연, 열기체, 액체, 음향, 진동 기타 이에 유사한 것으로 이웃 토지의 사용을 방해하거나 이웃 거주자의 생활에 고통을 주지 아니하도록 적당한 조처를 할 의무가 있고, 이웃 거주자는 전항의 사태가 이웃 토지의 통상의 용도에 적당한 것인 때에는 이를 인용할 의무가 있다”라고 정한다.

쉽게 말하면, 이웃 주민에게 고통을 주지 않도록 노력하되, 어느 정도 참을 것은 참으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도 일조권 침해를 이유로 돈으로 배상하라는 손해배상청구에서 한발 더 나아가 몇 층 이상으로는 공사 자체를 못 하도록 해달라는 공사금지가처분 신청을 하는 경우가 있다. 수년간 마음고생 끝에 일반분양까지 끝내고 이제는 마음 편히 입주를 기다리며 한창 아파트를 짓고 있는데 갑자기 공사 자체를 못 하게 해달라니 조합으로서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경우 법원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를 인용한 몇몇 사례가 있고, 그 사례들이 거의 공통으로 제시하는 수인한도의 기준은 ‘동짓날 기준 8시부터 16시까지 8시간 중 총 일조시간 1시간 미만, 9시부터 15시까지 6시간 중 연속일조시간 30분 미만’이다.

그렇다면 재개발·재건축사업으로 아파트 단지를 건축함으로써 인접한 건물의 일조시간이 위와 같이 줄어들면 그 아파트 건축은 자동으로 금지되어야 할까.

법원은, 일조방해의 정도 외에, 피해 이익의 법적 성질, 가해 건물의 용도, 지역성, 토지 이용의 선후 관계, 가해 방지 및 피해 회피의 가능성, 공법적 규제의 위반 여부, 교섭 경과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오랜 기간 일조방해가 없었고 앞으로도 그런 상태가 계속되리라는 합리적 기대가 형성된 경우가 아니라면 일조 이익은 단순한 반사이익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공사금지가처분 등 방지청구의 경우에는 이에 더해 당사자가 받게 될 이익과 상대방 및 제3자가 받게 될 불이익을 비교·형량하여야 한다고 본다. 법원실무제요도 “일조시간만을 기준으로 획일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손해배상청구 외에 공사금지가처분까지 인용되는 사례는 많지 않고, 재개발·재건축사업의 경우는 청약을 통해 일반 분양받는 선의의 제3자들이 입는 피해까지 고려하면 공사금지가처분에서 비교·형량의 무게추는 더욱 기각 쪽으로 기운다.

더욱이 일조권에 대해서는 건축허가, 재개발·재건축사업에서는 각종 위원회의 심의와 사업시행인가 단계에서 이미 법적·행정적 검토를 거친다. 건축법과 그 시행령에서 일조권 확보를 위한 건축물의 높이와 거리에 대해 구체적인 제한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조합도 당연히 해당 규정을 준수하고 관청으로부터 인가를 받으면 일조권에 대한 심사는 모두 마쳤다고 믿고 아파트 공사를 시작한다.

공법과 민사법이 별개라고 하더라도 법에 없는 일조시간을 기준으로 분양까지 끝내고 입주를 기다리고 있는 공사를 사후에 중단토록 하는 것은 일반 국민으로서는 불의의 타격이 아닐 수 없다. 공사 금지의 인용은 그야말로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한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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