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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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잠잠했던 재건축·재개발 업계에 수주 비리라는 악재가 터졌다. 법원이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금품 제공 등을 통해 시공권을 확보한 대형 건설사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이다. 업계에서는 과거 법원이 건설사에 대해 봐주기식 판결을 내린데다 공공관리마저 허점을 보이면서 수주 비리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달 24일 롯데건설을 비롯해 롯데건설 직원과 용역업체 임·직원, 조합 임원 15명에 대해 도시정비법 위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내렸다. 서울 송파구 잠실 미성·크로바아파트와 서초구 신반포15차 재건축의 시공자 선정과정에서 비리를 저지른 롯데건설에게 7,000만원의 벌금을, 관계자들에게 징역형과 벌금형의 선고를 내렸다.

대우건설도 신반포15차 재건축 수주 과정에서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항소심에서 3,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재판부는 불법 홍보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위법행위 방지를 위한 주의감독의무를 게을리 했다고 판단했다.

[그림=한국주택경제신문 편집국]
[그림=한국주택경제신문 편집국]

대형 건설사의 잇따른 유죄 판결로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 판결의 배경이 됐던 2건의 시공자 선정은 지난 2017년에 발생한 일이다. 당시 건설사의 비리 혐의가 불거지자 정치권에서는 시공자 불법 홍보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대거 발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18년에는 수주 비리 적발 시 시공자 선정을 취소하거나, 공사비의 20% 범위 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법안이 통과됐다. 또 해당 건설사에 대해서는 시·도지사가 정비사업의 입찰을 제한할 수 있는 방안도 포함됐다.

그럼에도 이번 법원의 판결로 정비사업에 대한 수주 비리가 다시 쟁점화하면서 추가 규제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현재 정부는 건설사가 추가이주비나 이사비 등에 대한 제안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국회에도 2회 이상 수주 비리가 적발될 경우 영구 퇴출하는 법안이 제출된 상황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법원이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의 불법을 사실상 묵인한데다, 정비사업 투명성 강화를 목표로 도입한 공공지원제도마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불법 수주가 횡행하게 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8월 서초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관련 소송에서 현대건설이 금품 제공 등의 위법이 있더라도 시공자 지위에는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더불어 지난 2010년 공공관리제(현 공공지원제)가 도입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의 불법 홍보 관행은 사라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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