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개최를 앞둔 조합장님들은 걱정을 많이 하시죠. 하지만 전 총회가 즐겁습니다. 어떤 때는 기다려지기까지 해요. 평소 조합원들과 소통하면 숨길 것도, 걱정할 일이 없거든요. 재개발사업에서 소통만큼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조합이 신뢰받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소통해야 합니다.”

[사진=심민규 기자]
[사진=심민규 기자]

지난 2011년 아현3구역의 비례율은 무려 57%까지 떨어졌다. 2008년 관리처분계획 수립 당시 기존 집행부가 산출했던 비례율 110%가 불과 3년 만에 50%p가 넘게 하락한 것이다. 부동산 침체와 사업 지연 등이 겹치면서 사업성이 떨어진 것이 주요 원인이었지만, 기존 집행부가 비례율을 과다 산정한 것도 한 이유였다. 낮은 비례율은 조합원들의 반발을 살 수 있다. 따라서 일반적인 조합이라면 ‘숫자 놀음’을 통해 비례율을 높게 산출했을 것이다. 하지만 구재익 조합장은 조합원에게 비례율을 그대로 공개하는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비례율을 왜곡하거나, 숨기는 것은 기존 집행부와 같은 과오를 되풀이한다고 판단에서다. 그리고 3년이 지난 현재 비례율은 97%까지 수직 상승했다. 용적률을 29%p 상향시키고, 대형평형을 중소형으로 변경해 분양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그가 집필한 ‘위기의 뉴타운, 소통으로 풀었다’처럼 조합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믿음을 산 것이 성공적인 재개발의 발판이 됐다.

▲현재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막바지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조경과 마감재 공사가 한창이다. 오는 9월이면 입주할 수 있을 것이다. 분양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분양 초기 청약율이 10%에도 미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많이 소진돼서 약 80%를 육박하고 있는 상태다. 일부 대형평형 미분양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분양을 마쳤다. 판촉홍보를 강화한다면 분양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책을 출판했다. 어떤 내용인가=‘위기의 뉴타운, 소통으로 풀었다’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동안 조합장으로 일하면서 느끼고, 배운 점을 그대로 책으로 엮었다. 일반 조합원에서 비상대책위원장, 조합장으로 일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많은 공부를 했다. 어떻게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깊게 고민해 왔다. 조합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성공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왔다고 자부한다. 사업을 추진하는 위원장이나 조합장, 재개발 구역의 조합원들에게 나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해주고 싶었다. 재개발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합원과의 소통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사실 재개발은 일정정도 답이 정해져있는 사업이다. 분양수입과 조합원 종전자산평가 등은 조합의 힘으로 변경시킬 수 없는 부분이다. 부동산시장 상황에 따라 분양가가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것을 막을 수 없는 것 아니겠나. 그렇다면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해 금융비용을 줄이는 것이 사업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실제로 우리 구역만 하더라도 공사비 다음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사업비 항목이 바로 금융비용이다.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조합원이 판단할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적게는 수백명에서 많게는 수천명에 달하는 조합원들이 모두 같은 의견을 낼 수는 없다. 다만 사업 방향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조합이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성 하락 등과 같은 부정적인 정보도 제공해야 한다는 뜻인가=당연하다. 좋은 소식만 전하고, 부정적인 정보를 감춘다면 소통이 아니다. 오히려 부정적인 소식을 전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함께 만드는 것이 진정한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구역의 경우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내달 2일 총회에서 대책비용에 대한 결의를 받을 계획이다. 이로 인해 비례율이 약 3% 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조합원들에게 해당 내용을 알린 상태이기 때문에 총회에 대한 걱정은 없다. 부동산 침체로 인한 불가피한 상황을 숨겨봐야 사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저 조합원들의 판단에 맡기면 되는 것이다.

▲총회가 무산될 수도 있지 않나=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유추해보면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우리 구역은 그동안 총회를 개최하면서 OS요원를 통해 서면결의서를 징구하지 않았다. 총회에 참석하기 힘든 조합원은 스스로 서면결의서를 제출해 주셨다. 조합장 재신임을 묻는 지난 총회도 마찬가지였다. 또 경호요원도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최소한의 인원만을 배치시켜왔다. 사업방향은 조합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조합은 조합원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이정표를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만약 총회가 무산되더라도 그 또한 조합원들의 결정일 뿐이다. 총회 무산에 따른 책임도 조합원에게 있기 때문이다. 조합은 조합원의 결정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면 되는 것이다.

▲최근 시의원 출마 선언을 취소했는데=시의원 출마에 앞서 조합원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결과적으로 51대 49로 출마를 지지하시는 조합원들이 많았다. 하지만 49%의 조합원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사업을 마치고 시의원에 출마하라는 말씀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재개발이 마무리 단계이기 때문에 누가 조합장이 되더라도 사업을 잘 추진해 주실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많은 조합원들이 절 믿어주셨다. 심지어는 사업이 끝나고 시의원에 출마하면 선거 운동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겠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진심으로 걱정해 주시는 마음이 느껴졌다.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시의원에 도전할 생각이다.

▲시의원으로 출마하려했던 이유는 무엇인가=비대위원장, 조합장으로 일하면서 겪었던 불합리한 제도를 고쳐보고 싶었다. 재건축·재개발 관련 규제가 많이 해제·완화되기 했지만,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필요하다. 사실 정비사업에 대한 지원은 거의 없는 상태다. 법으로만 만들어 놓고 실행되지 않는 부분도 많다. 또 행정청 담당자의 순환보직으로 인해 전문성이 높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정비사업은 오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추지 않는다면 이해하기 힘들다. 이런 부분들을 고쳐나가고 싶어서 시의원 출마를 선언했었다. 사실 시의원이 되면 인·허가 받기가 조금 수월해지지 않을까 생각했던 부분도 없지 않았다. (웃음)

▲재건축·재개발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면=전문성을 갖춘 경영인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대부분 재건축·재개발 구역에서는 비전문가인 추진위원장과 조합장이 사업을 추진해 간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마련이다. 사업이 지연되고, 조합원들의 반발을 사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전문가가 경영인으로 참여하도록 제도화시켜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문경영인 제도가 도입되면 시공자나 건축사 등과의 협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물론 전문경영인에게는 합당한 급여나 근로조건이 선행되어야 한다. 자신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사업추진에 열의를 높일 것이다. 추진위원장이나 조합장은 전문경영인과 협력업체에 대한 감사 역할을 하는 방법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조합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우리 구역의 최대 장점은 조합원들의 단합이 잘 된다는 점이다. 사업을 마치고 입주하면 이웃으로 만나게 될 것이다. 아파트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주민간의 단합이 필요하다. 지금의 응집력을 입주 후에도 그대로 유지해 주길 바란다. 우리 단지는 이미 강북의 랜드마크가 됐다. 외형적으로는 남부럽지 않은 모습을 갖춘 것이다. 하지만 외형적인 모습보다는 인간미가 흐르는 사람 중심의 아파트가 되길 희망한다. 일전에 조합원들에게 치킨집을 차리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다.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주민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입주 후에도 서로 인사하고 좋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랑방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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