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3달이 지났다. 그런데 부동산시장 안정화의 일환으로 정비사업을 활성화시켜 주택공급을 늘리겠다던 公約은 約이 된 모양새다. 공약으로 안전진단을 완화하겠다고 했지만 기약 없이 시간만 흘러가고 있고, 용적률 상향 약속은 되레 리모델링 추진 단지 내 주민갈등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는 주공1단지와 주공6단지, 상계한양, 하계장미 등이 지자체에 적정성 검토 보류를 요청했다. 적정성 검토는 예비안전진단과 정밀안전진단의 후속 절차로 안전진단 최종 관문이다. 이 문턱을 넘으면 정비계획을 수립할 수 있지만, 탈락하면 처음부터 안전진단 절차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

상계동 일대 노후 아파트들은 안전진단이 완화될 때까지 관련 절차를 미뤘다. 보류 신청 이유는 윤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한 사항인 안전진단 규제완화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안전진단 기준이 완화되지 않는 이상 통과할 가능성이 낮다고 본 것이다.

윤 정부는 안전진단시 구조안전성의 가충치를 50%에서 30%로 낮추고, 주거환경 비중을 15%에서 30%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안전진단 규제 완화는 국토교통부의 시행령과 행정규칙 개정만으로도 가능한 조치다. 하지만 정부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추진 시기부터 구체적인 완화 범위까지 아직 확정된 게 없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고 있다.

용적률을 상향시켜주겠다던 공약 역시 리모델링 대상 단지에서 주민들의 갈등만 키우고 있다. 한 단지 내에 재건축과 리모델링, 두 가지 사업유형을 두고 여론이 나뉘어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리모델링 대상 단지 내 주민들은 당장 사업을 추진하자는 의견과 용적률이 완화되기를 기다렸다가 재건축을 하자는 목소리로 나뉘고 있다.

이렇게 시장에 혼란만 초래한 채 정부는 공약과 달리 집값상승을 우려로 단기적 완화는 없다고 말을 바꿨다.

애초부터 공약은 세심함이 결여됐다. 정비사업과 리모델링에 대한 명확한 규정 없이 ‘규제 완화’를 통한 ‘표심 저격’에만 몰두했고, 그 결과는 국민을 갈등과 반목으로 몰아넣었다. 정책은 이해관계자와 충분히 소통하면서 공감을 얻는 과정이 필요하다. 세심한 준비 없이 졸속으로 정책을 추진하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혼선을 자초할 뿐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