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집행부와 이에 반대하는 비대위가 극렬히 대립하는 조합의 경우 총회소집공고가 나면 서면결의서, 서면결의 철회서(이하 철회서), 철회서에 대한 철회서(이하 재철회서)를 징구하기 위한 양 세력 간의 치열한 다툼이 벌어진다.

비대위는 누가 서면결의서를 제출했는지 알 수 없으므로 전체 조합원들을 상대로 철회서를 요구하며 다닐 수밖에 없고, 조합도 누가 철회서를 작성했는지 파악하기 어려워 서면결의서를 제출자 전원을 대상으로 재철회서를 징구하게 된다. 비대위는 위와 같이 징구한 다량의 철회서를 보관하다가 총회 개최 직전에서야 조합에 제출하게 되는데, 철회서와 재철회서의 작성일자 및 제출일자를 놓고, 무엇이 조합원의 최종 의사인지 다투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철회서는 조합원들이 직접 조합에 제출하는 형태가 아니라, 이를 징구하고 다니는 제3자에게 교부된 후 제3자가 일괄하여 제출하는 방식으로 제출되는데, 이러한 경우에도 ‘작성일자’를 기준으로 조합원의 종국적 의사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어느 조합원이 서면결의서를 조합에 제출한 후 철회서를 작성하여 제3자에게 교부했다면, 그 조합원의 철회의사는 철회서 작성시점에 확인되는 것이나 그 효력만 제3자가 철회서를 조합에 제출하는 시점에 발생하는 것이다. 만약 그 조합원이 철회서를 작성한 이후 마음이 변하여 재철회서를 조합에 제출했다면, 재철회서 작성 및 제출시점에 아직 철회서가 조합에 제출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조합원의 종국적 의사는 서면결의 철회 의사를 철회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 이후에 제3자가 철회서를 제출한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영향이 없다.

예를 들어 조합원 A가 2022.6.10. 조합에 서면결의서를 제출하고, 2022.6.20. 철회서를 작성한 후 직접 조합에 제출하였다면, 조합원 A의 서면결의 철회의사는 2022.6.20.부터 유효하며, 조합원 A는 그 이후 총회 개의 직전까지 위 철회의사를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조합원 A가 위 철회서를 조합에 직접 제출하지 않고 제3자(비대위)에게 교부하였다면, 조합원 A의 재철회 방식이나 재철회 가능 시점이 달라져야 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만약 제3자가 철회서를 교부받았다는 사정만으로 재철회 가능 시점에 변화가 발생한다면, 조합원 A로부터 철회서를 교부받은 제3자(비대위)가 해당 철회서를 조합에 제출하지 않고 보관하다가 총회 개의 직전에 조합에게 이를 제출하기만 하면, 조합원 A는 총회에 직접 출석하지 않는 이상 본인의 철회의사를 변경할 수 없다는 부당한 결론이 발생한다. 이는 제3자가 철회서 제출시점을 임의로 조정하여 조합원 A의 자유로운 의결권 행사를 막는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킨다.

‘작성일자’와 무관하게 ‘제출시점’을 기준으로 철회서와 재철회서의 효력을 판단하게 된다면, 총회 개의 직전까지 조합집행부와 비대위가 철회서와 재철회서의 ‘제출시기’를 놓고 눈치싸움을 벌여야 하는 이상한 상황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결국 총회를 진행하는 조합집행부는 어떻게든 비대위가 철회서를 제출한 이후 재철회서를 제출할 기회를 추가로 부여한 후 총회개의 선언을 할 수 있는 바, 미리 재철회서를 징구하여 보관하다가 비대위의 철회서가 제출된 이후 조합장에게 제출하는 형식적 행위만 취하면, 작성일자와 무관하게 철회서를 모두 무력화시킬 수 있게 되는 이상한 결론이 도출된다.

위와 같은 상황을 가정해봤을 때 작성일자와 무관하게 제출시점을 기준으로 철회서, 재철회서의 효력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대위에게도 그리 유리한 결과를 선사하지는 않는 것 같다. 법원도 다수의 사건에서 제출일자가 아닌 작성일자를 기준으로 철회서와 재철회서의 효력을 판단하고 있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22카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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