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그래픽=홍영주 기자]

1기 신도시가 조성된 지 약 30년이 도래하면서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두고 갈림길에 섰던 노후아파트들의 사업유형이 명확해지고 있다.

일부는 정부의 용적률 500%까지 상향 방침에 따른 재건축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주민들이 서로 대립하는 등 혼선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리모델링·재건축, 두 가지 사업유형 가운데 선택과 집중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재건축과 리모델링은 적용 받는 법적 절차와 연한·안전진단 등의 부문에서 추진 요건이 다르고, 용적률 완화가 현실로 이어질 지도 불확실하다는 판단에서다.

분당에서는 한솔마을5단지 등 일찌감치 리모델링 추진에 나선 시범단지 상당수가 이미 사업계획승인을 받고 연내 착공이 가시화되고 있다. 인근 삼성한신·한양 등 4곳은 재건축 위원회가 결성됐다.

군포에서도 노후아파트들이 단지별 상황에 맞는 사업유형을 택하고 있다. 한라주공4단지의 경우 재건축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고, 리모델링연합회를 결성한 무궁화주공1단지 등 18곳 중 상당수는 시공자 선정을 마치면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한신 아파트 전경 [사진=이호준 기자]
삼성한신 아파트 전경 [사진=이호준 기자]

▲분당 재건축 바람 확산… 삼성한신, 한양 등 4개 단지 위원회 결성하는 등 곳곳서 사업 추진

분당과 군포 등 1기 신도시 노후아파트를 중심으로 재건축·리모델링, 두 가지 사업유형을 두고 ‘선택과 집중’에 나서는 단지들이 포착되고 있다. 재건축과 리모델링은 연한과 안전진단 등 사업 출발선에 설 수 있는 기준이 다른 상황에서 일부 단지들의 경우 적합한 유형을 선택해 추진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분당에서도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사업 추진 움직임이 늘고 있다. 삼성한신과 우성, 한양, 현대 등 4곳으로 1기 신도시 중 가장 먼저 아파트가 조성된 곳들이다. 리모델링 선두주자로 꼽히는 분당지역에서 재건축 추진에 시동을 건 첫 사례다.

이 단지들이 리모델링 대신 재건축을 선택한 이유는 기존 건립 당시 PC공법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PC공법은 정부가 지난 1980~1990년대 주택난 해결을 위해 200만가구 주택공급 방침을 밝히면서 도입했다. 철근 기둥과 보, 슬래브, 벽 등 아파트 구조물을 미리 만든 후 현장에서 조립만 하는 게 특징이다.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건설방식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공사기간도 줄일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기존 철근을 유지해야하는 리모델링사업은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이에 따라 시범단지 4곳은 주변단지 상당수가 리모델링을 추진할 때 주거환경개선을 위한 사업유형으로 재건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추진준비위원회는 주민홍보 등을 통해 원활한 재건축 추진을 위한 제반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향후 재건축을 완료할 경우 1만가구 이상의 대단지 건립이 기대되고 있다.

 

한솔마을5단지 조감도 [사진=한국주택경제신문 DB]
한솔마을5단지 조감도 [사진=한국주택경제신문 DB]

▲리모델링 선두주자 한솔마을5단지 등 일찌감치 사업 추진 나선 단지들은 연내 착공 목표

분당의 경우 전국에서 리모델링사업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는 지역으로도 평가받고 있다. 이미 일찌감치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사업장들의 경우 공공지원에 힘입어 속도내기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한솔마을5단지와 무지개마을4단지 등 5곳이 사업계획승인을 받았고, 일부는 연내 착공도 가시화되고 있다. 모두 성남시의 시범단지 선정을 통한 공공지원 대상 단지들이다.

선두주자로 꼽히는 한솔마을5단지의 경우 분당에서 가장 먼저 사업계획승인을 받았다. 조합은 리모델링을 통해 최고 26층 높이의 아파트 1,271가구 규모로 다시 짓겠다는 구상이다. 현재는 1,156가구 규모로 구성됐다. 리모델링으로 늘어나는 115가구는 일반분양해 조합원 분담금 절감을 도모할 예정이다. 하반기 착공을 거쳐 오는 2026년 1월 준공을 목표로 두고 있다. 시공은 포스코건설·쌍용건설 컨소시엄이 맡는다.

 

경기 군포시 한라주공4단지1차아파트 일대 [사진=네이버 거리뷰]
경기 군포시 한라주공4단지1차아파트 일대 [사진=네이버 거리뷰]

▲군포서도 노선 명확해져, 한라주공4단지는 재건축 예비안전진단 통과… 1기 신도시 최초 사례

군포에서도 사업유형 선택의 갈림길에서 노선을 정하는 단지들이 나왔다.

이 지역에서는 한라주공4단지가 최근 1차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다. 1기 신도시 가운데 재건축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최초 사례다. 후속 절차는 1차 정밀안전진단으로, D등급 또는 E등급을 받아야 재건축 추진이 가능하다. 이중 D등급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전문기관으로부터 2차 정밀안전진단에 해당하는 적정성 검토를 거쳐야 한다. 적정성 검토 결과 D등급 이하를 받으면 재건축 추진이 확정된다.

이 단지는 기존 용적률 115%가 적용돼 1,248가구 규모로 지난 1992년 입주를 마쳤다.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채운 셈이다.

통상 평균 용적률이 200% 이하면 재건축을 고려할 수 있는데, 이를 넘을 경우에는 리모델링 추진이 유리하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바로 옆 가야주공5단지 역시 재건축을 준비 중이다. 지난 1993년 지어졌으며, 1,601가구 규모로 구성됐다. 재건축 연한 30년을 채우기까지 1년 정도를 앞두고 있다.

 

군포시청 전경
군포시청 전경

▲무궁화주공1 등 연합회 결성한 18개단지 중 일부는 리모델링 시공자 선정하면서 사업에 속도

군포의 경우 리모델링사업을 추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상당수 단지들이 모여 리모델링 연합회를 결성한 가운데, 이미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곳들은 시공자 선정까지 마치면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태다.

연합회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단지는 총 18곳이다. 대표적인 단지는 무궁화주공1단지, 율곡아파트, 우륵아파트, 개나리13단지, 충무주공2단지, 한양백두아파트, 신안모란아파트 등이다.

경기 군포시 산본 무궁화주공1단지 리모델링 조감도 [조감도=현대건설 제공]
경기 군포시 산본 무궁화주공1단지 리모델링 조감도 [조감도=현대건설 제공]

이 가운데 근래에 시공자 선정까지 마친 단지는 무궁화주공1단지다. 이 단지는 지난달 25일 현대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했다. 리모델링을 통해 최고 25층 높이의 아파트 1,444가구 규모로 재탄생할 전망이다.

이 외에도 율곡아파트와 우륵아파트가 DL이앤씨를, 개나리13차가 현대건설·포스코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하고 리모델링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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