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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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신축이나 증축의 수요를 유발하지 않은 재건축에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령에서 정하는 면제사유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실제로 학교 신축·증축이 필요하지 않다면 부담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대전고등법원 청주 제1행정부(재판장 원익선)는 지난 25일 청주 율량사천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청주시장을 상대로 낸 ‘학교용지부담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행정청의 재량권을 인정한 1심 판결을 뒤집고, 학교용지부담금 부과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율량사천재건축조합은 지난 2월 재건축사업을 통해 기존 대비 약 446가구 늘어난 신축 아파트를 준공했다. 해당 단지는 초등학교의 경우 덕성초교 학구이고, 중학교의 경우 청주시 제2학교군에 해당된다. 고등학교는 청주시 전체가 학구다.

덕성초교의 경우 지난 2017년 581명이었던 학생 수가 매년 감소해 2021년 407명으로 떨어졌지만, 올해는 493명으로 일시적으로 증가했다. 중학교 제2학교군의 경우도 2017년 4,834명이었던 학생이 2019년 4,514명까지 떨어진 이후 올해 5,074명으로 증가했다. 다만 학급당 학생 수는 2017년 29.8명에서 올해 27.5명으로 낮아진 상황이었다. 고등학교의 경우 3만명이 넘었던 학생 수가 2020년에는 2만4,660명으로 약 6,000명 가량 줄어들었다.

충청북도 청주교육지원청도 청주시 내 초교 학생수가 2023년을 기점으로 2027년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학급당 학생 수는 23명 안팎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제2학교군 내 중학교의 경우에도 2025년부터 다소 감소하고, 학급당 학생 수도 27명 이하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청주교육지원청은 당초 사업계획 변경인가 과정에서 “덕성초교 교실개조 비용 등 시설확충비용 3억9,026만원을 충청북도교육감에게 납부해야 한다”는 의견을 삭제하기도 했다. 재건축으로 인해 증가하는 학생이 초등학생 121명, 중학생 60명에 불과한 만큼 학교를 신축하거나, 교실을 증축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청주시는 조합의 분양 자료를 바탕으로 학교용지부담금 9억6,400여만원을 조합에 부과했다. 학교용지부담금 면제 사유인 ‘최근 3년 이상 취학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해 학교 신설의 수요가 없는 지역의 개발사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먼저 학교용지부담금의 부과대상이 되는 개발사업이 학교용지법에서 정하는 부담금 면제사유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학교용지부담금 부과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최근 3년 이상 취학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해야 한다는 면제조항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장래에 학교 신설의 수요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 부담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재건축으로 인해 학교를 신설 또는 증축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고 보기 어렵고, 장래에도 인근에 학교 신설 또는 증축의 수요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학교용지부담금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최소한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거나, 부과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되지 않아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통학 및 교통, 안전 등을 이유로 한 주민들의 요구에 의해 학교 신설 수요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시의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학교용지부담금은 주택건설로 인해 늘어나는 학교용지의 확보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부과되는 원인자부담금에 해당하기 때문에 부담금에 대해 특별히 밀접한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고 봤다. 따라서 인근 지역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학교 신설의 수요가 발생하더라도 재건축과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기 때문에 학교용지부담금의 부과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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