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번화가는 강남과 명동, 홍대 등 다양한 지역이 있지만, 지방의 도시에는 소위 ‘시내’로 불리는 중심 상업지역이 있다. 대전에서는 은행·선화동 일대가 바로 시내로 통했던 곳이다.

대전의 시발점이 된 대전역과 전(前)충남도청의 중간에 위치한 지역으로 대전을 넘어 충청권 최대의 행정·금융·경제 중심지였다. 물론 대전시민들에게 은행·선화동 일대는 여전히 ‘대전시내’로 통하고 있지만, 옛 명성에 비하면 현실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1990년대 말 둔산신도시 개발로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대거 이전했고, 충남도청과 충남지방경찰청 등이 내포신도시로 자리를 옮긴 탓이다. 이에 따라 유동인구는 급격히 줄어들고, 건물이 노후화되면서 상권은 점차 쇠퇴했다.

번쩍이던 간판은 이미 빛이 바랬고, 비어있는 점포들이 현재의 상황을 대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최근 은행·선화동 일대는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차오르고 있다. 재개발을 비롯해 지역주택조합사업, 부동산 시행사업 등이 속도를 내면서 재도약의 계기가 마련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선화1구역은 45층의 초고층 높이에 1,600가구가 넘는 대규모 재개발이 예정되어 있어 일대 핵심사업으로 꼽히고 있다. 선화1구역의 재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안상석 개발위원장을 만났다.

 

안상석 위원장 | 대전 선화1구역 개발위원회 [사진=심민규 기자]
안상석 위원장 | 대전 선화1구역 개발위원회 [사진=심민규 기자]

▲선화1구역의 재개발사업은 장기간 추진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사업은 어떻게 진행됐는지

우리 구역은 지난 2007년 공동사업시행자를 선정해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에는 현재의 토지등소유자 방식이 아닌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이후 조합을 설립해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2008년 국제금융위기가 발생한데다 부동산 침체까지 겹치면서 제대로 사업을 추진할 수 없었다. 공동사업시행자도 계약을 해지하면서 입찰보증금 반환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사업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시간이 다소 걸리긴 했지만, 정비구역 지정 등의 업무를 진행하면서 재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후 조합방식이 아닌 토지등소유자 방식의 개발위원회로 전환해 사업을 진행해왔다.

 

선화1구역 전경 [사진=심민규 기자]
선화1구역 전경 [사진=심민규 기자]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으로는 토지등소유자가 적지 않은 만큼 조합 방식을 포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토지등소유자 방식으로 재개발을 추진하는 이유는

토지등소유자 방식은 토지등소유자 수가 소수인 경우에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 구역의 경우 토지등소유자가 100명이 넘는 대규모 사업장인 만큼 조합방식이 적합할 수 있다. 하지만 과거 공동시행자가 입찰보증금 반환을 요구하면서 추진위원회 임원들에게 압류를 걸고, 경매를 진행하는 등의 재산적 압력을 행사했다. 이렇다보니 창립총회를 개최했음에도 임·대의원으로 나서는 분이 없었다. 당시 무려 14차례에 걸쳐 임원 등록 공고를 냈지만, 후보자를 신청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에 따라 불가피하게 조합방식을 정리하고, 토지등소유자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

 

▲무려 15년이 넘는 시간동안 사업을 진행해왔던 만큼 힘든 일도 많았

안상석 위원장 | 대전 선화1구역 개발위원회 [사진=심민규 기자]
안상석 위원장 | 대전 선화1구역 개발위원회 [사진=심민규 기자]

을 텐데

개인적인 욕심으로 진행한 일이었다면 굳이 위원장직을 맡지 않았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댄스스포츠 분야의 1세대로서 동아시안게임과 아시아인도어게임 국가대표 초대 감독 겸 코치를 지낸 경력과 대학에서 강의를 했던 만큼 경제적인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도 댄스스포츠 국제심판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국체전 선발전 심판 위원장도 겸하고 있다. 댄스스포츠를 한국에 전하기 위해 영국에서 10년간 공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이 댄스스포츠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가지고, 저를 소위 ‘춤 선생’이나 ‘제비족’ 등으로 폄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스포츠의 한 종목으로 국가적인 위상을 높이는데 일조했다고 자부한다. 그럼에도 재개발에 앞장 선 이유는 구역이 점차 낙후되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상가번영회장으로서 상권이 활기를 잃고, 사람들이 떠나가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재개발을 추진하게 됐다.

 

대전 선화1구역 조감도 [사진=위원회제공]
대전 선화1구역 조감도 [사진=위원회제공]

▲충남도청 이전 등으로 은행·선화동 일대가 중심 상권으로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 현재 어떤 상황인지

과거 은행·선화동이라고 하면 대전의 핵심지역으로 부유층의 상징과도 같았다. 하지만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신도시로 빠져나가면서 상권 자체가 ‘죽었다’고 표현할 정도로 좋지 못한 상황이다. 이미 구역 내에는 비어있는 상점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고, 가게 문을 열었어도 손님이 많지 않은 곳들이 대부분인 상황이다. 소수의 음식점이나 상점을 제외하고는 장사가 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장사를 하는 상인들이 대부분이다. 인근 지역을 ‘선화동 착한가격거리’로 지정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했지만, 실제 효과는 크지 않다. 현재 슬럼화 되고 있는 우리 지역을 중심상권으로서의 위치로 다시 되돌려놓기 위해서는 재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대전 선화1구역 투시도 [사진=위원회제공]
대전 선화1구역 투시도 [사진=위원회제공]

▲재개발사업을 추진하는데 걸림돌이 없는지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소유주가 바뀌는 이른바 ‘손 바뀜’으로 인해 일부 소유주들이 분양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우리 구역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이 되었기 때문에 이미 다른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을 받은 사람은 법적으로 분양신청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일부 공인중개사들이 이런 내용을 알지 못한 채 투자를 유도하면서 투자자들이 피해를 봐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물론 개발위원회에서도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법적으로 분양이 금지된 상황이어서 구제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 소유주들은 5년이 지나면 조합원 분양신청이 가능한 만큼 사업을 늦추자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고의로 사업을 지연시킬 경우 다수의 토지등소유자가 피해를 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다. 또 일부 소유자들은 재개발을 지역주택조합사업이나 부동산 시행사업과 동일한 사업으로 생각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전 선화1구역 투시도 [사진=위원회제공]
대전 선화1구역 투시도 [사진=위원회제공]

▲향후 사업추진 계획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현행법상 공동사업시행방식의 재개발은 사업시행인가 이후에 시공자를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사업시행인가를 받는 것이 급선무다. 현재 건축심의를 비롯해 정비계획 변경, 교통영향평가 등을 이미 마무리한 상황이다. 개발위원회에서는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위한 준비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 일반적인 재개발의 경우 사업시행인가 신청이 이뤄지면 각종 협의를 진행하지만, 토지등소유자 방식의 특성상 미리 협의 등의 업무를 진행해야 한다. 사업시행인가를 받으면 국내 최고의 건설사를 선정해 최고급 주상복합을 건설할 것이다. 건물의 품질은 물론 브랜드도 최고급을 적용해 대전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토지등소유자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구역의 상권이 사라지고, 점차 낙후되면서 주민들이 겪는 고통을 잘 알고 있다. 선화동 일대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곳이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가난한 동네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재개발사업이 완료되면 과거의 명성을 다시금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 인근 지역도 개발이 진행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면 선화동은 다시 대전의 중심지로 거듭날 것이다. 오랜 기간 재개발을 기다려주신 토지등소유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동안의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 대전 최고의 명품 주상복합을 건설하겠다. 사업을 마치는 날까지 건강하시길 기원하겠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