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상황의 호전세가 뚜렷하다. 시공사들 역시 장기간 중단하였던 각종 조합운영비와 사업비 대여에 적극성을 띄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시장이 호전되고 시공사의 지원이 풍족하여도 다수 조합원의 사업의지가 박약하다면 사업진행은 불가능하다.


전국 각지의 조합들이 언제 다시 맞게 될지 모를 부동산시장의 온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사업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반면, 여전히 일부 조합들은 해산동의에 의한 사업좌절의 고통을 겪고 있다. 


해산동의율이 충족되면 행정청이 조합설립인가를 취소하여야 하는 것은 법리상 당연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해산동의를 통한 조합설립인가 취소상황에서 만큼은 조합이 철저하게 소외되고 있다. 


해산동의에서 조합이 소외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도시정비법 시행령의 해석 때문이다. 도시정비법 시행령은 조합설립동의를 비롯한 각종 동의와 그 동의의 철회에 관하여 규정하는데 이때 동의의 상대방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조합과 같은 단체를 구성하거나 그 단체를 해산하고자 할 때 등장하는 동의라는 것은 특정 안건에 대한 찬성·반대의 의사표시와 마찬가지로 단체적 의사표시에 해당하는 것이기에 상대방이라는 개념과 조화되기가 매우 어렵다. 그렇다고 법령이 명시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상대방이라는 개념을 아예 무시할 수도 없다. 


법령이 애초에 조화되기 어려운 개념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면 불가피하게 현실적으로 타당성 있는 방향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조합의 설립(조합설립동의)이나 조합의 해산(조합해산동의)이라는 단체적 의사표시에 있어서 가장 밀접한 이해관계를 가진 것은 누구일까. 


조합설립동의에 관하여는 조합설립을 목적으로 성립한 추진위원회, 조합해산동의에 관하여는 해산되는 조합이 가장 중요한 이해당사자다. 단체적 의사표시에 있어 가장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는 다른 누구도 아닌 단체 스스로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청과 일부 하급심은 해산동의의 상대방을 해산동의서를 징구하는 특정 조합원이나 토지등소유자로 해석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해산동의서의 존재는 해산동의서를 모아 제출함으로써 조합설립인가의 취소를 신청하는 특정 토지등소유자와 그 신청을 받은 행정청만 확인할 수 있을 뿐 정작 그 해산동의를 통해 하루아침에 설립인가가 취소되어야 하는 조합은 철저하게 국외자로 취급된다. 


그간 조합의 운영에 관하여는 일거수 일투족을 주시하며 관여하던 행정청은 정작 조합해산동의서의 존재에 관해서만큼은 민원을 구실로 조합에 대하여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으며 조합설립인가취소를 다투는 소송에 임하여서도 해산동의서의 공개에 대단히 소극적이다. 


소송을 주관하는 법원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해산동의서의 유효성과 해산동의율이 적법하게 산정된 것인지를 확인하려면 해산동의서 전체를 확보하여 면밀히 검토하여야 할 필요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고작 한 두 번의 열람기회만 제공한 후 문제가 있는 해산동의서를 특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오랫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고통 끝에 설립된 조합의 운명이 걸린 일임에도 스스로의 사망원인 조차 속 시원히 밝히지 못하게 접근을 통제하고 가로막는 셈이다.


법률적으로 본다면 행정청의 조합설립인가취소는 오로지 해산동의율 총족을 이유로 한 것이기에 해산동의서는 행정청과 조합과의 법률관계에 관하여 작성된 것이거나 소송에서 행정청이 인용하는 문서에 해당하는 것이기에 민사소송법에 따라 행정청에 소송상 제출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 


근본적으로는 법령에서 해산동의의 상대방이라는 개념을 추방하여 불필요한 논란을 해소하여야 한다. 


해산동의에 의한 조합설립인가취소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이해를 가진 조합이 소외되는 현상은 법적으로든 상식적으로든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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