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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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재 누리던 리모델링 사업, 재건축 규제 완화로 주춤?’, ‘리모델링→재건축 U턴’. 최근 리모델링 단지들이 재건축으로의 사업유형 변경을 고려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공약했던 1기 신도시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의 의견은 다르다. 공약과 달리 당선 확정 후 신중론을 내세우면서 ‘기약 없는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만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리모델링은 사업 특성상 재건축과 별개로 봐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먼저 사업을 적용하는 법적 기반이 다르고, 연한과 안전진단에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준이 명확하게 구분돼있다. 이미 조합설립을 목전에 두고 있거나 협력업체를 선정한 경우 초기 단계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한다는 리스크가 존재하기 때문에 사업유형 변경은 신중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국 리모델링사업 추진 현황 [그래픽=홍영주 기자]
전국 리모델링사업 추진 현황 [그래픽=홍영주 기자]

▲새 정부, 용적률 500% 완화 ‘있을 수 없는 일’·준공 30년 단지 안전진단 면제도 유보키로… 전국 리모델링 119개 단지 9만7,000여가구, 재건축 선회 단지 사실상 ‘제로’

새 정부가 1기 신도시 재건축 규제 완화를 두고 ‘신중론’을 꺼내 들었다. 1기 신도시에서 안전진단과 용적률 등 규제를 완화할 경우 개발 기대감에 시장이 과열될 수 있고, 특정지역에 대한 특혜로 인식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서는 공약 불이행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리모델링 단지들이 재건축으로 사업유형 변경을 고려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확대해석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1일 원희룡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이자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는 새 정부가 출범할 경우 1기 신도시 재건축 추진TF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시장 과열에 대한 혼란을 막기 위해 체계적인 재건축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재건축 규제 완화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후보 시절 내걸었던 공약이다. 이 공약으로 리모델링사업에 대한 위기론도 나왔다. 심지어 리모델링 단지들이 재건축으로 속속 사업유형을 변경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취임식도 하기 전부터 규제 완화 불이행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당초 윤 대통령 당선자는 후보시절 준공 30년 이상된 단지들의 경우 안전진단을 면제하겠다는 공약으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더욱이 역세권 등의 경우 용적률을 500%까지 상향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재건축 안전진단 면제를 유보시키고 1기 신도시 등 특정지역에 대한 용적률 500% 상향에 대해서는 ‘있을 수 없는 일’로 일축했다.

이러한 가운데 현재까지 리모델링 추진 단지가 재건축으로 사업유형을 변경한 사례는 전무한 상황이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전국에서 지난 3월을 기준으로 전국에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단지는 총 119개 단지다. 지난 2020년 54개 단지에서 약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이 가운데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사업장은 101곳이다. 이중 77곳에서 시공자 선정까지 마쳤다. 아직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않은 대부분의 단지들도 동의서 징구가 한창이거나, 이미 창립총회를 마쳤다. 특히 재건축사업으로 전환했거나 고려한 단지들은 ‘제로’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업 출발 기준 재건축과 명확하게 구분… 사실상 지은 지 30년 임박했거나 안전진단 C·D등급 경계에 있는 곳만 고려 가능

업계에서는 리모델링과 재건축. 이 두 가지 사업유형은 추진할 수 있는 기준이 제도적으로 명확하게 구분돼 있어 별개로 봐야한다는 입장이다. 규제를 완화시켜준다고 해서 모든 단지가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리모델링과 재건축은 적용받는 법이 다르다. 리모델링은 ‘건축법’에서, 재건축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절차와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추진할 수 있는 연한과 안전진단 기준도 명확하게 구분돼있다. 리모델링의 경우 지은 지 15년이 경과하면 추진할 수 있는 반면, 재건축은 준공 30년을 채워야 한다. 안전진단도 리모델링은 C등급 이상, 재건축은 D등급 이하를 받아야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사실상 지어진 지 30년이 임박한 단지 중에서 안전진단 결과 C와 D등급 경계에 있는 단지들만 재건축 추진을 고려해볼 수 있다.

 

▲동의서 징구부터 조합설립, 협력업체 선정 등 모든 단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매몰비용 보전 어려워, 결국 주민 부담만 커져

연한과 안전진단을 모두 충족했다 하더라도 사업이 어느 정도 진척을 보인 곳들은 재건축으로의 선회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조합설립과 협력업체 선정 등의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기투입됐던 매몰비용에 대한 보전도 어렵다.

더욱이 리모델링은 초기 단계에서 추진위승인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 반면 재건축은 전체 토지등소유자 50%의 동의를 받아 추진위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을 거쳐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설계자·시공자 선정 등의 절차를 다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기간과 비용측면에서 리스크가 크다는 게 문제다.

김학겸 한국리모델링협회 회장은 “1기 신도시들의 재건축 규제를 완화시켜주겠다는 정부의 발표는 있었지만, 아직까지 사업유형을 변경한 사례는 없다”며 “리모델링에 위기감이 웃돌고 있다는 일부 언론보도는 확대해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리모델링과 재건축은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비교 대상이 아닌 별개의 사업유형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초고층아파트가 늘고 있고, 세계적으로 친환경이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리모델링은 장기적으로 활성화를 도모할 수밖에 없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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