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모양새다. 정책은 대선 전·후로 명확하게 나뉜다.

대선 전에는 재건축 규제 완화를 앞세워 표심 공략에 나서더니, 당선 후 신중론을 부각시키면서 공약과 정책이 서로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후보시절 재건축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1기 신도시 등에 용적률을 500%까지 상향하고, 준공 30년 단지의 경우 안전진단을 면제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실현 가능성과 불편한 진실이 서로 대립했다. 용적률을 500%까지 상향해주는 대신 늘어난 가구수의 일부를 청년, 신혼부부, 무주택자에게 공급하겠다고 했다. 반면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조망권과 일조권, 사생활 침해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민심은 ‘개발’을 원했다. 1기 신도시 등을 겨냥한 표심저격은 적중했다. 하지만 당선 후 ‘신중론’을 이야기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는 새 정부의 정비사업 관련 공약은 정상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고려해 신중하고, 정교하게 접근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장 과열을 우려한 탓이다. 그러면서 1기 신도시 용적률 500% 상향은 ‘있을 수 없는 일’로 일축했다. 특정지역에 한해 용적률을 높여줄 경우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원 장관 내정자가 이를 발표하기 전에도 인수위는 재건축 안전진단 면제 유보로 가닥을 잡았다. 공약은 준공 30년 아파트의 경우 안전진단 면제인 반면, 당선 후 정책은 반대 노선을 타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공약(公約)이 아닌 공약(空約)이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아직 정식 취임 전인데도 벌써부터 부동산시장만 혼란스럽다.

부동산시장은 민감하다.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 원 장관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최선봉에서 비판했던 인물이다. 현 정부가 수십 차례에 걸쳐 정책을 발표했는데도 시장을 안정화시키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규제 완화를 통해 주택공급을 늘리고, 시장을 안정화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아직 새 정부는 출범도 안했는데, 벌써부터 공약 불이행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부동산정책은 일관된 신호가 중요하다. 취임 전부터 시장 불안감을 조성해서는 곤란하다. 청와대 이전, 민심과 가장 밀접한 부동산 정책을 두고 무엇을 공약이행 우선순위에 둬야하는 지는 인수위가 되짚어볼 일이다.

박노창 기자 par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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