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은 도시정비법 제124조제1항에 따라 공개대상이 되는 ‘관련 자료’의 범위를 해석함에 있어, ‘속기록’은 총회 의사록의, ‘자금수지보고서’는 결산보고서의 관련 자료가 아니므로 공개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한 바 있다(대법원 2021도15334 판결). 그간 법 제124조제1항과 제4항의 ‘정비사업 시행에 관한 서류 및 관련 자료’의 해석에 있어 일선 조합 입장에서 어떤 자료가 ‘관련 자료’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스스로 판단하기란 사실상 매우 어려웠는데, 이렇게 대법원 판결로 해석례가 축적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러한 ‘관련 자료’의 범위에 관한 해석에 더해 정보공개와 관련하여 조합을 골치아프게 하는 사안은 ‘자료 전부’, ‘내역 일체’와 같이 열람복사 요청 자료의 범위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는 경우이다.

그런데 최근 ‘열람·복사 요청의 대상인 서류 및 자료는 최소한 그것이 도시정비법 제124조제1항 및 제4항에 정해진 서류 및 자료 중 어디에 해당하는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는 특정되어야 한다’고 하여, ‘사업인가 신청 관련 전부’, ‘관리처분 내역서 관련 전부’에 대한 복사 요청에 응하지 않은 조합장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사례(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2021.4.)가 있다.

물론 1심 판결인 만큼 현재 시점에서 일선 조합이 ‘전부’, ‘일체’와 같은 요청에 대해 대상이 특정되지 않음을 이유로 일반적으로 거부할 수 있다고까지 단언하기는 사실 어렵다.

그러나 위 판결이 조합 입장에서 적어도 요청 대상 서류가 법 제124조제1항 및 제4항의 서류 중 어떤 서류에 해당하거나 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지적한 부분은 실로 타당하다.

조합을 상대로 ‘관련된 일체 서류 전부에 대해 복사를 요구하며, 자료가 하나라도 누락되면 형사고발하겠다’는 식의 요청을 실제로 자주 볼 수 있는데, 결국 ‘일체·전부’의 범위 판단과 누락에 대한 모든 책임이 오롯이 조합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합이 스스로 정보를 공개(제124조제1항)하는 경우와 달리, 조합원의 요청에 따라 열람·복사의무를 이행할 때(제124조제4항) 요청내용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조합 입장에서 그 대상 범위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이로 인한 불이익이 열람·복사 요청자에게 돌아가거나, 적어도 조합에 누락의 책임을 물을 수 없어야 옳다.

다만 위 논리가 합리적이고 1심 판결 선례가 있다 하더라도, 일선 조합 실무에서는 무차별적이거나 막연한 열람 복사 요청에 대해서도 조합장이 형사고발 당하게 되는 위험을 부담하느니 공개 대상이건 아니건 비슷한 자료라면 모두 내어 줄 수밖에 없는 선택을 하기가 쉽다.

이는 근본적으로 도시정비법상 ‘관련 자료’라는 문언 자체로 그 범위를 사실상 특정할 수 없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다.

쉽게 말해 위 대법원 판결 전까지는 조합 담당 변호사조차도 총회 속기록이나 자금수지보고서는 관련 자료에 포함되지 않으니 공개하지 않아도 좋고 복사요청을 거부할 수 있다고 조언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개별 사안을 놓고 대상이 되는지 여부를 일일이 대법원에게 묻는 것은 너무나 소모적이다.

입법적인 해결, 적어도 도시정비법이 시·도 조례에 명시적으로 위임하는 등 방법을 통해서라도 정보공개 절차와 대상범위에 대한 구체화가 있어야 정보공개를 둘러싼 불필요한 분쟁을 종식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