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을 시행하는 조합은 법인의 형태를 가진다. 조합원들과 구별되는 별도의 법인격이 있는 것이다. 조합은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독립된 회사로 이해하면 쉬운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에서는 조합장 1명, 이사, 감사를 회사의 임원으로 두도록 하고(제41조제1항),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총회에서 조합 임원을 선출하도록 규정한다(제45조 제1항제7호). 조합 임원은 조합원들의 투표로 선출되었다는 정당성을 가지며, 이를 기초로 조합의 사무를 수행하며, 조합원들은 조합 임원을 신뢰할 수 있다.

조합 임원에게 요구되는 덕목이 무엇인지 그리고 여러 후보자 중 누가 그 덕목을 갖추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그래서 후보들 사이 치열한 선거운동이 펼쳐진다. 선거운동이 지나쳐 다른 후보자를 비방하여 형사 문제로 비화되는 사례도 있고 그 선출총회 이후 그 효력을 다투는 사례도 발생한다. 총회 효력을 다투는 이유는 다양한데 연임 총회 자체의 잘못, 선거관리 절차의 잘못, 입후보 기회를 부여하지 않거나 제한한 잘못 등을 대표적인 예로 꼽을 수 있다.

먼저 연임 총회의 경우 도시정비법에서 연임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으며(제41조제4항), 대법원 또한 “주민총회에 임기가 만료된 위원장이나 감사를 연임하는 안건을 상정하는 때에는 새로운 입후보자가 등록하는 것이 아니므로 입후보자등록공고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원고를 포함한 토지 소유자들의 위원장이나 감사에 대한 선출권 내지 피선출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라고 하여 연임 총회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2012.10.25. 선고 2010다102533 판결은 선출총회의 효력이 무효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재건축·재개발조합의 임원 선출에 관한 선거관리 절차상에 일부 잘못이 있는 경우에, 그 잘못으로 인하여 자유로운 판단에 의한 투표를 방해하여 자유와 공정을 현저히 침해하고 그로 인하여 선출결의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되는지 여부 등을 참작하여 선출결의의 무효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위 기준 아래 대법원은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은 채 무효인 정관에 기하여 입후보자의 자격을 제한 총회 선출결의가 무효라고 판시하였고(대법원 2014.12.11. 선고 2013다204690 판결), 선거관리규정을 통해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아니한 조합원들에게 임원 및 대의원 피선거권을 원천적으로 봉쇄한 채 이루어진 선출결의에 대해서 모든 조합원들에게 평등하게 부여되어야 할 피선거권을 합리적 사유 없이 제한하는 것이어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8.6.15. 선고 2018다212498 판결).

위와 같은 결론의 당부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그 결론이 이르는 과정에는 아쉬운 점이 있다.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을 풀어 보면, 선거의 절차상 법령 내지 정관에 위반한 하자가 있는 경우 그 하자만으로 선출결의가 무효가 되지 않고, 위 기준 충족 여부를 개별·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판례에서 다루지 않은 선거절차 하자의 유형은 해당 선출결의의 무효 여부를 명쾌히 판단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이다. 그래도 조합으로서는 조합 정관 등에서 정한 규정을 준수하고 규정이 없는 경우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방법과 절차, 입후보 등록 등에 대해서는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마련한 표준선거관리규정의 내용을 따르는 것이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줄이는 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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