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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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리모델링 추진 단지가 증가하고 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신도시에서 불었던 리모델링 바람은 이제 지방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2021년 말을 기준으로 전국에서 리모델링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단지는 94곳이다. 전년도 58곳과 비교했을 때 약 40%, 2019년 37곳과 비교하면 약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시장에서는 집값 상승 분위기에 이끌려 잠깐 부는 바람이 아닐까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해 리모델링 시공권을 확보한 건설사들의 총 누적수주액은 9조원을 넘어섰다. 리모델링은 고층 아파트들의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장기적으로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사업 성패 요인은 무엇인지 심민규 부장과 이혁기 차장, 이호준 기자가 대담을 나눴다.

 

심민규 부장=리모델링은 지난 2020년까지만 하더라도 대형 건설사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현대건설과 포스코건설, 쌍용건설 등 일부 건설사를 제외하고는 리모델링 수주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게 사실인데요. 요즘은 리모델링 수요가 높아지면서 10대 건설사 대부분이 리모델링 전담 조직을 꾸려 사업을 확장할 정도입니다. 리모델링 수요가 높아지는 이유가 있을 텐데, 매력 포인트는 무엇이라고 보고 있나요.

이혁기 차장=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들의 공통점은 이미 고층 아파트라는 점입니다. 이 단지들, 이미 용적률이 200% 이상으로 높죠. 용적률은 리모델링 외에도 재개발·재건축에서 사업성과 직결되는 공통분모입니다. 정비사업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 용도지역에 따라 용적률을 정해놓고 있습니다. 반면 리모델링은 건축법상 용적률을 완화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힙니다. 사용승인을 받은 후 15년 이상 경과해 리모델링이 필요한 경우 용적률과 건폐율, 일조 등의 확보를 위한 건축물의 높이제한까지 완화 받을 수 있으니까요. 또 주택법상 리모델링은 전용면적 30% 이내에서 기존 대비 최대 15%까지 가구수를 늘릴 수 있습니다. 즉, 기존 용적률 300%인 아파트의 전용면적이 30% 증가하면 용적률은 390%를 적용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호준 기자=그 뿐만이 아닙니다. 리모델링은 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상한제 등 각종 규제 대상에서도 제외됩니다. 물론 일반분양분이 30가구 이상인 경우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 받기는 합니다. 30가구 미만을 지어서 분양가상한제를 피할지, 아니면 일반분양분을 늘려서 사업성을 확보할 지는 조합원이 선택할 문제입니다. 어느 쪽이 수지타산에 맞을지 심도 있게 고민을 해봐야겠죠. 그리고 리모델링은 지은 지 15년이 지나고, 안전진단의 경우 수직증축은 B등급 이상, 수평증축은 C등급 이상이면 사업 추진이 가능합니다. 연한 30년을 채우고, 안전진단도 D등급 이하를 받아야하는 재건축보다 추진 시기를 앞당길 수 있죠.

심민규 부장=두 분 모두 리모델링에 대한 장점을 들려주셨는데, 그럼 현실적인 부분으로 넘어가볼까요. 일각에서는 집값상승 분위기에 편승돼 일단은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보자는 단지들이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이 경우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사업 추진을 위한 목적과는 거리가 멀어지는데요. 문제는 없을까요.

이혁기 차장=집값 띄우기가 목적이라면, 사업 성공에 대한 의지가 떨어질 수 있겠죠. 그리고 일단은 추진해보자. 이러한 분위기가 비단 주민 중심으로만 형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종종 협력업체들이 관여하기도 하죠. 입주자대표회의를 협력업체들이 접촉을 해서 리모델링 추진 분위기를 형성하고, 추진위원회 발족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수치를 정한 법적 동의요건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추진위를 발족하면 이제 리모델링 추진은 공식화되는 것입니다. 추진한다는 소문이 펴지면서 집값은 상승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집값 상승에는 개발 기대감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리모델링이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원점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큽니다.

이호준 기자=일단 추진하고 보자며 주민들을 선동하는 협력업체도 문제지만, 한 발 더 들어가 보면 이들을 선정할 때 관련 기준이 미흡하다는 점도 큰 문제입니다.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설계자 등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한 후 총회에서 추인 받는 정도죠. 물론 입찰 절차를 거치긴 합니다. 대부분 일반경쟁이 아닌, 지명경쟁 또는 제한경쟁으로 말이죠. 이후 시공자를 선정하면 용역비용의 일부를 받아가는 구조입니다. 리모델링 추진 사례가 급속도로 늘고 있는 상황에서 조합원들의 선택권을 존중하고,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입찰시 ‘일반경쟁’에 원칙을 둔 법 개정이 시급합니다.

심민규 부장=두 분 모두 아주 중요한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협력업체 선정 과정에 대한 주민들의 높은 관심이 필요한 이유인 것 같습니다. 자, 이제부터는 분위기를 조금 바꿔서 리모델링 성공을 위한 조건들을 이야기해봅시다. 리모델링 증축 유형은 수직증축과 수평증축, 별동증축이 있는데요. 어떠한 단지가 리모델링에 유리할까요.

이혁기 차장=앞서 말씀드렸던 고층단지. 기본 전제로 기존 용적률이 200% 이상인 곳들은 리모델링에 유리하다고 판단됩니다. 그리고 사업유형에는 3가지가 있죠. 수평은 앞·뒤 증축에 해당되고 수직은 위로 최대 3개 층까지 높일 수 있습니다. 별동은 말 그대로 기존에는 없던 별개의 동을 짓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모두가 수평·수직에 별동증축까지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대단지이면서도 건폐율이 낮고, 여유부지가 있는 곳들만 별동증축이 가능합니다. 별동증축을 통해 늘어나는 일반분양분으로 사업성을 확보하고, 조합원들의 분담금 절감에 사용합니다. 따라서 별동증축을 위해 여유 부지를 확보할 수 있는 단지가 리모델링에 유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호준 기자=여기서 주의해야할 점도 있습니다. 바로 리모델링 추진 및 성공여부에 있어 가장 큰 중점을 사업성에 둬서는 곤란하다는 점입니다. 통상 리모델링은 재건축보다 일반분양분이 적게 발생합니다. 증축을 통해 발생하는 일반분양분으로 분담금을 절감하는 정도죠. 분담금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관건은 노후된 시설·설비를 교체하고 커뮤니티시설 확보와 동시에 주차장을 확대하는 등 주민들이 실생활에서 겪는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바로 이 부분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추진해야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즉, 분담금을 납부할 수 있는 여력이 있어야한다는 것이죠.

심민규 부장=네. 리모델링에 대해 짧게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사실 리모델링은 과거 재건축 대안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죠. 현 시점에서는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사업장이 급속도로 늘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사업유형으로 당당히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만큼 협력업체 선정에 대한 제도적 재정비와 사업성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는 주민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두 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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