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자 선정을 위해서는 경쟁입찰을 거쳐 총회결의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경쟁입찰을 거쳐 총회결의를 받았고 입찰절차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나중에 총회결의가 정족수 미달로 무효가 된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조합이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부터 거쳐 새로 총회결의를 받는 방법과, 기존 입찰절차를 유효한 것으로 보아 반복을 생략하고 곧바로 총회를 열어 시공자 선정의 하자를 추인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실무에서는 경쟁입찰이 여러 차례 유찰되어 수의계약으로 시공자를 선정했는데 그 후 시공자 선정결의가 무효라는 판결이 내려진 경우가 주로 문제된다. 입찰과 유찰, 소송에 오랜 시간이 소요됨에 따라 입찰과정에서 예정했던 정비사업 내용 일부가 변경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변경된 내용으로 다시 입찰을 진행하지 않고 추인결의만 받더라도 문제가 없을까.

조합 집행부에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간단히 추인결의만 받는 후자의 방법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시공자 교체를 통해 모색할 수 있었던 새로운 기회가 차단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입찰공고의 사업개요가 변경되는 경우 다시 입찰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국토교통부의 해석 등을 근거로 새로운 입찰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시공자 확정의 문제를 빨리 매듭짓고자 하는 조합 입장에서 후자의 방법은 꽤 매력적인 옵션이다. 분양수입이 생기기 전까지 대여금으로 운영되는 정비사업의 특성상 사업기간이 길어질수록 금융비용이 증가한다. 입찰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거쳐야 한다는 것은 조합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에 조합으로서는 입찰절차를 거치지 않을 충분한 명분도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법원의 입장은 어떨까. 법원의 판단기준은 생각보다 간명하다. 추인결의를 통한 시공자의 선정이 ‘경쟁입찰을 통해 시공자를 선정하도록 규정한 도시정비법의 입법취지를 잠탈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시공자 선정에 경쟁입찰을 강제하는 것은 시공자 선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함으로써 조합원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이다. 입찰절차에서 입찰의 공정성을 해할만한 다른 사정이 없었던 이상, 시공자 선정결의가 정족수 미달로 무효가 되었다 하더라도 이로 인해 입찰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침해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경쟁입찰 절차를 생략하고 추인결의만 하였다 하더라도 경쟁입찰로 시공자를 선정하게 한 도시정비법의 입법취지를 잠탈할 우려가 없다.

최초 입찰 이후 추인총회를 하기 전까지 사업시행의 내용 일부가 변경된 경우라고 해서 이와 다르게 보아야 할까. 이러한 경우에도 입찰절차를 새롭게 진행하지 않았다 하여 시공자 선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해하여 조합원들의 이익에 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같은 취지에서 법원은 “시공자 선정결의 이전의 입찰절차를 유효한 것으로 취급하고 입찰절차를 다시 거치지 아니한 채 시공자 선정을 추인하는 결의만을 거쳤다 하더라도, 시공사 선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침해되고 그로 인해 조합원들의 이익이 침해될 가능성이 발생하는 등 도시정비법의 입법취지를 잠탈할 우려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나아가 “시공자 선정결의 후 정비사업의 내용이 일부 변경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종전의 시공사 선정절차의 효력을 부정하고 입찰절차를 다시 진행해야 할 필요가 생기게 되었다고 해석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정족수 문제로 시공자 선정결의가 무효가 되더라도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다. 처음부터 입찰절차를 다시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고 추인결의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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