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조합의 실체는 법인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법인은 법적으로 사람과 같이 취급될 뿐 실제 말하고 행동할 수는 없기에 단체를 대신하여 행위 해 줄 대표자가 필요하다. 도시정비법은 조합의 임원으로서 조합장 1인을 두도록 하고 그로 하여금 조합을 대표케 하고 있다. 


조합을 대표하는 조합장이 임기동안 신체적·정신적·법적으로 항상 건강할 수만 있으면 조합을 위해 더할 나위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조합장의 유고상황은 상당히 빈번하게 발생한다. 대표자의 유고에 대해 아무런 방책이 없다면 그 즉시 조합은 식물화 되기에 모든 조합은 정관에 직무대행 규정을 설치하여 비상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정관의 직무대행 규정이 늘 완벽하게 대표자 부재 상황을 막아주지는 못한다. 직무를 이어받도록 되어있는 이사나 감사 등 조합임원 모두가 유고상태여서 직무대행 시스템 자체가 가동 불능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합임원 전체가 유고상태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그리 흔하겠는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전원이 해임되면서 직무집행이 정지된다든지 아예 임원 선임결의가 근본적으로 무효라든지 하는 사태는 얼마든지 빚어질 수 있다. 


정관상 직무대행 체제조차 가동될 수 없다면 부득이 법원이 후견적 입장에서 직무대행자를 선임할 수밖에 없다.  


직무대행자 선임신청을 받은 법원은 통상적으로 변호사 중 적당한 자를 물색하지만 신청자들이 추천한 특정인을 선임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때로 자신들이 추천한 특정인이 선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원의 직무대행 선임결정에 불복하려하는 시도도 있지만 아니 될 말이다. 직무대행자로 누구를 선택할지는 전적으로 재판부가 재량권을 행사하여 결정할 사항이고 신청인들이 특정인을 추천한다고 하여 법원이 그 추천에 구속될 아무런 근거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법원이 선임한 직무대행자와 정관에 근거한 직무대행자의 주요한 차이는 권한의 크기다.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법원이 선임한 직무대행자는 통상사무의 집행만 가능하고 정관에 근거한 직무대행자는 특별한 제한 없이 조합장과 동일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불가피한 상황에서 법원이 변호사를 직무대행자로 선임한다고는 하지만 대개의 경우 정비사업에 관한 이해가 부족하기에 흡족할 만큼의 업무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만약 법원이 선임한 직무대행자의 업무수행이 참을 수 없을 만큼 못마땅할 경우 조합으로서는 어떤 조치를 강구할 수 있을까.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방안은 도시정비법이 정한 절차를 밟아 직무대행자를 해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법적으로 허용되기 어렵다. 법원이 선임한 직무대행자이기에 조합과 직접 위임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고 선임이 그러했듯 해임 역시 법원의 전속적 권한에 속한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법원에 대하여 해당 직무대행자를 다른 이로 교체하여 줄 것을 신청해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 역시 궁여지책일 뿐 그리 효과적인 대응이라 보기는 어렵다. 


직무대행자의 교체를 신청한다고 하여 법원이 반드시 그 요구를 들어 주는 것도 아니고 설령 요구를 받아들여 새로운 이를 직무대행자로 선임한다고 한들 새로 선임된 자가 전임자와 달리 적절한 업무수행능력을 갖추었는지는 여전히 별개의 문제로 남기 때문이다.


법원 선임의 직무대행자를 견제할 가장 현실적 방안은 일정 비율 조합원들이 직접 안건을 발의하여 총회 소집을 청구함으로써 조합의 의사결정을 강제하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임원 전원의 유고상황까지 대비하도록 정관을 개정하여 법원의 후견적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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