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의 개요=피고인이 ○○9-2구역주택재건축정비사업추진위원회의 추진위원장으로서 총회 속기록과 자금수지보고서를 15일 이내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2. 대법원의 판단=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명문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1999.7.9. 선고 98도1719 판결, 대법원 2009.12.10. 선고 2009도3053 판결 등 참조).

구 도시정비법 제86조제6호 및 제81조제1항, 현행 도시정비법 제138조제7호 및 제124조제1항은 조합임원 등이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하여 조합원, 토지등소유자 또는 세입자가 알 수 있도록 15일 이내에 인터넷과 그 밖의 방법을 병행하여 공개하여야 할 서류를 열거하면서 위와 같이 명시된 서류의 ‘관련 자료’도 함께 공개대상으로 규정하는 한편, 이를 위반한 조합임원 등에 대하여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들의 입법 취지는 조합이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경우 조합임원은 조합을 대표하면서 막대한 사업자금을 운영하는 등 각종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합임원과 건설사 간 유착으로 인한 비리가 발생할 소지가 크고, 정비사업과 관련된 비리는 그 조합과 조합원의 피해로 직결되어 지역사회와 국가 전체에 미치는 병폐도 크므로,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정비사업의 시행과 관련된 서류와 자료를 공개하도록 하여 정비사업의 투명성·공공성을 확보하고 조합원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16.2.18. 선고 2015도10976 판결, 대법원 2021.2.10. 선고 2019도18700 판결, 헌법재판소 2011.4.28. 선고 2009헌바90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그런데 도시정비법은 공개대상이 되는 서류를 각 호에서 구체적으로 열거하면서도 ‘관련 자료’의 판단기준에 관하여는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밖에 공개가 필요한 서류 및 관련 자료는 대통령령에 위임하여 이를 추가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도시정비법 혹은 그 위임에 따른 시행령에 명문의 근거 규정 없이 정비사업의 투명성ㆍ공공성 확보 내지 조합원의 알권리 보장 등 규제의 목적만을 앞세워 각 호에 명시된 서류의 ‘관련 자료’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하여 인정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형벌법규 해석원칙에 어긋난다.

속기록의 경우 도시정비법은 신속하게 공개하여야 할 자료와 일정한 경우에 한하여 작성 후 청산 시까지 보관하여야 할 자료를 구분하고 속기록·녹음 또는 영상자료는 보관대상으로 규정할 뿐 의사록과 같은 공개대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는 바, 공개 대상인 의사록의 ‘관련 자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자금수지보고서의 경우 도시정비법은 자금수지보고서의 개념을 별도로 정의하고 있지는 않고 피고인이 작성한 자금수지보고서는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에 근거하여 설치된 정비사업 종합정보관리시스템인 ‘서울특별시 클린업시스템’ 운영지침에 첨부된 서식에 따른 것에 불과한 바, 자금수지보고서 역시 공개 대상인 ‘결산보고서’의 ‘관련 자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3. 결어=의사록이 진정하게 작성되었는가는 참석자 명부와 서면결의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참석자의 구체적인 발언 내용이 담긴 속기록이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고, 도시정비법 각 호의 서류에 관한 ‘관련 자료’의 해석이 그 위반을 이유로 하는 형사처벌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그에 관한 법령의 명시적인 위임 근거가 없는 지자체 조례나 그에 따라 설치된 정비사업 종합정보관리 시스템 운영지침에 기속된다고 보기 어려운 바, 위 대법원 판결은 매우 타당하다고 할 것이고 위 판지를 존중하여 일선 수사기관 내지 하급심 법원에서도 ‘관련 자료’의 의미를 만연히 확대하는 기존 관행을 중단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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