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정비사업조합들은 사업 추진에 필수적인 대의원회와 총회의 개최와 관련한 각종 문제에 직면해 있다. 2022년 2월 현재 서울시의 경우 50명 이상의 집회는 최대 299명 범위에서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한해서만 참여할 수 있는데 오미크론 변이의 대유행이 시작되어 언제 또다시 집회 제한이 강화될지, 백신 미접종 조합원의 참여는 가능하게 될지 한 치 앞을 알기 어렵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최근 한 재개발조합은 이사회에서 총회 소집 안건을 의결하며, 코로나19로 인하여 총회 개최가 어려운 사정이 발생하는 경우 조합장 판단으로 총회 개최를 연기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집회가 가능한 시점이 되면 조합장이 총회 일시·장소를 결정하여 즉시 공고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하였다. 그리고 실제로 총회가 상당 기간 연기된 이후 거리두기 단계가 하향되자 조합장은 즉시 총회 일시와 장소를 공고하였고, 총회는 무사히 개최되었다.

그런데 이후 이 조합 정관상(표준정관 제20조제6항) 총회의 목적·안건·일시·장소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미리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고 있는데, 이사회 의결 없이 조합장이 바로 일시와 장소를 공고하였으므로 정관위반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특히 이 총회에서 조합 임원이 선임되었는데,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31조제4호가 총회의 의결을 거친 조합임원의 변경을 조합설립인가의 경미한 변경사항으로 정하고 있으나 총회 소집 절차에 하자가 있으므로 변경신고가 수리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담당 변호사로서는 지나치게 형식적인 주장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신고 수리 과정에 잡음이 발생했다. 이 조합의 경우 국가적 비상사태로 향후 집회 가능 여부를 쉬이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찌 보면 상당히 유연하고 지혜로운 방법을 취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런데 단지 일시·장소 변경공고 전에 이사회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총회 결의의 효력에 문제가 있을까?

대법원은 총회 소집을 위한 이사회 결의가 개의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하여 부존재가 되었더라도 이와 같은 소집 절차상의 하자가 개최된 총회에서 조합원들의 참여기회와 의결권 행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은 이상 임원 연임 안건을 포함한 당해 총회 결의가 유효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20다201679 판결).

또한 서울고등법원은 심지어 총회 소집에 대한 이사회 의결과 대의원회 의결이 모두 없었고, 따라서 총회 안건 심의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경우에도 조합의 최고의사결정기관인 총회에서 적법한 의결이 이루어졌다면 이와 같은 하자가 총회 결의를 무효로 만들 정도로 중대한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5라20143 결정).

그런데 이 사안에서는 심지어 조합이 ‘미리’ 이사회의 의결을 통해 조합장에게 총회 일시·장소의 변경 권한을 위임하였으므로 정관 위반이라고 볼 수조차 없다.

위 판례에서 본 바와 같이 이사회 결의가 아예 없었더라도 총회 결의는 유효하지만, 애초에 이사회가 비상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조합장이 총회 일시를 변경할 수 있도록 의결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언제 다시 집회가 불가능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공고기간과 선거운동기간까지 고려해야 하는데 형식적인 이사회를 위한 시간까지 소모하기에는 일선 조합들의 상황이 너무나 촉급하다.

결론적으로 이후 이 조합은 적법하게 임원변경등기를 하였으며, 총회는 물론 이사회 결의에도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비상시국에는 비상한 대응이 필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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