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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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내 재개발·재건축의 시공자 선정시기를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앞당기는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도입한 신속통합기획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시공자 선정시기 조기화가 필요하다는 업계의 요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의회에서도 신통기획 대상구역의 시공자 선정시기 개선 방안에 대해 검토에 들어갔다.

국민의힘 이성배 서울시의원은 지난달 21일 정비지원계획(신통기획) 적용 구역은 조합설립 후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성배 의원, 도정조례 개정안 주요 내용 [그래픽=홍영주 기자]
이성배 의원, 도정조례 개정안 주요 내용 [그래픽=홍영주 기자]

조례안에 따르면 정비지원계획(신속통합기획)을 반영해 정비계획을 수립한 정비구역은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면 시공자 선정이 가능하다. 공공지원제를 적용 받는 조합은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은 이후 설계도서를 바탕으로 시공자를 선정하지만, 신통기획의 경우 정비지원계획을 반영한 설계도서로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이 의원은 최근 시의회에 제출한 개정조례안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당장 시공자 선정시기를 앞당기는 것은 시기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개정안을 철회하게 됐다”며 “이번 회기가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개정안을 발의할 수 있는 만큼 충분한 논의를 통해 적절한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정조례안이 시의회에서 철회됐지만, 시공자 선정시기 조기화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오 시장은 스피드 주택공급 정책의 일환으로 신통기획 대상지역을 50곳 가량 선정한 상황이다.

문제는 당장 시의 예산만으로 모든 구역을 지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신통기획이 정비사업 정상화와 주택공급 확대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공자 선정시기를 앞당겨 조합이 사업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선 업계에서도 시공자 선정시기를 조기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공공지원제도를 도입하면서 시공자 선정시기를 늦춘 취지가 시공자 선정과 관련된 비리와 과도한 공사비 증가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만, 실효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공공지원제도가 시행된 이후에도 시공자 선정 관련 비리는 지속적으로 발생했으며, 공사비 인상을 두고 갈등이 발생해 시공자를 교체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정부가 시공자 선정기준을 전면 개선하고, 시도 대안설계 규모를 축소하는 등의 규제를 강화했음에도 효과는 높지 않은 상황이다. 더불어 시공자 선정 이후에도 특화설계 적용 등의 설계 변경이 불가피해 사업 지연의 원인이 되고 있다.

시공자 선정이 늦어지면서 조합이 초기 사업비용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시가 사업비의 일부를 융자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예산이 한정적인데다 융자 기준마저 까다로워 실제 혜택을 받는 조합은 소수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시공자 선정 전까지는 사업비 마련이 쉽지 않아 조합은 물론 협력업체까지 ‘돈맥경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 엄정진 정책기획실장은 “서울시가 공공관리제도를 도입한지 10년이 지났지만, 시공자와 관련된 과거의 문제점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며 “조합이 사업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사업이 지연되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만큼 시공자 선정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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