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한국주택경제신문DB]
[삽화=한국주택경제신문DB]

경기도의 한 재건축 조합장이 시공자에게 빌린 사업비를 주식에 투자했다가 수억원대로 추정되는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합장이 자금을 빼돌려 투자한 것이 아닌 주식거래가 가능한 조합 통장을 개설해 투자한 것이어서 업계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안양의 A재건축조합은 지난해 12월 관리처분계획 수립을 위한 임시총회를 예정했지만, 일부 조합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당시 총회 책자에는 조합의 외부회계감사 보고서가 수록됐는데, 조합에서 사업비를 주식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회계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월 13일 기준으로 조합의 단기투자자산은 17억6,000여만원으로 주식을 취득해 약 2,800만원 가량을 평가이익을 냈다. 하지만 이후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투자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조합장이 투자한 주식의 주가가 지난해 급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손해액이 적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조합장이 조합자금을 주식에 투자하면서 사전에 조합원의 결의를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식의 경우 원금이 보장되지 않고,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자산’인 만큼 조합원의 동의를 받지 않는다면 자칫 형사 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한 조합원은 “조합장이 주식에 투자해 손해가 발생했음에도 그동안 조합에서는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며 “총회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알리지 않은 상태에서 상정 안건을 막무가내로 처리하려 했던 것은 손실을 숨기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합장은 조합자금을 주식에 투자한 것에 대한 잘못은 인정하면서도 개인적인 욕심으로 벌인 일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조합장은 “사리사욕을 위한 일이었다면 조합 통장으로 주식을 투자할 것이 아니라 대여금 40억원을 인출해 달아났을 것”이라며 “조합자금을 투자하면 단순히 자산을 불릴 수 있을 것이라 자만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투자로 발생한 손실금액은 1분기 결산 때까지 책임지고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합에 따르면 시공자에게 대여한 사업비용 40억원 중 약 32억원은 협력업체 용역비용 등으로 사용됐다. 따라서 조합의 통장 잔고는 약 8억원이 정상이지만, 투자손실이 발생함에 따라 조합장은 자신 소유의 건물에 조합명의로 약 4억원의 근저당을 설정한 상황이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