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에 토지 임차인의 지상물 매수청구권이라는 것이 있다, 5년 동안 토지를 임차하여 건물을 지은 다음 음식점 영업을 하다가 건물을 철거하기로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민법은 토지 임대차의 기간만료시에 건물 등 지상시설이 현존한 때에는 현존 시설물에 대해 임차인이 임대인에 대해 시가로 매수할 것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한다. 이 권리는 형성권으로 임차인의 일방적인 의사표시만으로 매매계약이 체결되는 효과가 있다.

이 매수청구권은 임대인에게 예상치 못한 부담을 주게 되고, 토지 임대차 기간 만료 시점에 임차인과 분쟁이 생기기 십상이다. 이런 분쟁을 겪어본 임대인 입장에서는 이 제도가 매우 부당하다고 말한다.

판례 중에는 임차인이 무허가로 건물을 신축한 경우에도 임대차기간 만료 시에 매도청구의 대상이 된다고 본 것도 있다. 1960년대에 신축된 시멘트 블록조 슬레이트 지붕의 주택처럼 요즘 사람들로서는 도저히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 주택도 매도청구의 대상이 된다고 한 하급심 판결이 있다. 임대인은 주택 매매대금 보다도 더 많은 폐기물 처리비용을 지출하였다고 한다. 수 십 년 동안 싼 임대료로 토지를 임대하였다 방치되어 있던 주택에 대해 철거청구를 하였다. 임차인측이 매도청구 주장을 하는 바람에 결국은 판결에 따라 감정가로 매매대금을 지급하였고, 돈 주고 산 주택을 철거하면서 막대한 폐기물 처리비용까지 부담하였으니, 임대인이 법질서에 대해 느끼는 불신과 불만은 짐작을 할 수 있다.

필지는 매수청구권이 쟁점이 된 재판을 할 때마다 생각하는 것이 있다. 매수청구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를 다투는 사안에서 법원은 거의 대부분 매수청구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정말이지 사람이 살 수 없는 지경으로 방치되어 훼손된 주택도 매도청구의 대상이 된다고 보았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무허가 건물까지도 매수청구의 대상이 보다니, 정말이지 구체적 타당성 측면에서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최근 이러한 종래의 재판 실무를 일신할 수 있는 대법원 판결이 났다.

건물 소유를 목적으로 토지를 임차한 임차인이 건축허가를 받아 건물을 신축하여 장사를 하였다. 후일 임차인은 임대인 몰래 옆에 있는 임대인의 다른 토지 위에 이 건물을 달아내서 증축한 부분과 함께 장사를 계속했다. 건축허가를 받은 부분보다 불법 증개축을 한 부분이 10배 이상이나 된다.

피고(임차인)가 매수청구권을 행사한 건물의 절반 이상이 다른 토지를 무단으로 침범하여 건립되었고, 그것도 지목이 ‘전’인 토지에 건축되어 향후 철거가 불가피하다. 만약 이 건물에 대한 매수청구가 허용된다면 원고(임대인)로서는 이 건물로 인해 당초 임대한 토지 외에 다른 토지에 대해서도 소유권 행사에 상당한 제한을 받게 된다. 불법으로 증개축된 부분에 대해서는 원고가 철거 등 원상회복 의무를 부담하게 되고, 이행강제금 부과의 위험 역시 이전되는 결과가 된다.

대법원은 이런 이유를 들어 피고의 매수청구에 관한 항변을 배척하였다. 이 판결을 계기로 매수청구의 대상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대해 사회경제적 관점에서 보다 신중한 판단이 내려질 것으로 기대한다. 분쟁 해결에서 상식이 가이드라인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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