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임대차보호법은 임대차기간 만료시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을 구하여 임대인으로 하여금 신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게 하면서, 신규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임대인이 신규 임대차계약 체결을 거절한 후 다른 사람에게 권리금을 받고 임대를 하거나, 임대인 스스로가 상가를 사용한다면 기존 임차인의 권리금 혹은 영업이익을 가로채는 결과가 된다.

최근에 나온 대법원 판례다. 임대차기간이 만료될 즈음에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을 임대인에게 데려와서 임대차계약 체결을 요청하였다. 임대인은 거절을 하면서 건물이 노후화되어 대수선 또는 재건축을 할 계획이라고 말하였다.

건물이 노후되는 등으로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어 재건축을 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신규 임대차계약 체결을 거절할 수 있다. 이 경우 임차인은 권리금을 회수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권리금을 날리게 된 임차인이 몇 달을 지켜보았는데, 상가가 비워져 있기는 하였으나 재건축이 이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임차인은 속았다고 생각하여 임대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재기하였다.

소송에서 임대인은 해당 건물은 임대차기간 만료 이후로 1년 6개월 동안 영리목적으로 사용된 바 없으므로, 신규 임대차계약 체결 거절에 정당한 사유가 있고 따라서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상가임대차법에 의하면 “임대차 목적물인 상가건물을 1년 6개월 이상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아니한 경우”도 신규 임대차계약 체결을 거절할 수 있다고 본다. 이때는 임대인이 임차인의 영업이익을 활용하거나 가로 챌 우려가 없으므로 신규 계약 거절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아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본다. 임대인의 주장이 맞으면 손해배상책임이 없게 된다.

대법원 판단은 이렇다. 임대인이 임대차 종료 시 그 사유를 들어 신규 계약 체결을 거절하였어야 하고, 실제로도 1년 6개월 동안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았어야 한다. 임대인이 재건축을 이유로 신규 계약 체결을 거절해 놓고 재판에서는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당한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 따라서 임대인의 행위는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에 해당된다.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향후 하급심에서도 이 대법원 판결의 논리에 맞추어 ‘정당한 사유’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정립될 것으로 보인다.

임대인들은 실제로 장기간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을 계획이 있을 경우에만 이 사유로 신규 계약 채결을 거절해야 한다. 다른 사유를 들어서는 안 된다. 임대인 스스로 영리목적으로 사용해서도 안 되고, 중개업소에 임대 매물로 내 놓아서도 안 된다. 제3자로 하여금 비영리 목적으로 사용하게 해서도 안 된다. 나에게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 의무를 면하게 되는 반면 상대방(임차인)이 그로 인해 손실을 보게 되는 경우라면, 내 행동은 정당하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신중하게 검토 한 후 적절한 처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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