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이를 먹는다. 사람은 주름이 생기듯 아파트는 배관 등 각종 설비·시설에서 세월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증축형 리모델링 추진 사례가 급격하게 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약 15년 전만해도 리모델링은 세상의 관심 밖이었다. 이때 일찌감치 리모델링 활성화를 예견했던 이가 있었다. 바로 이형욱 안양 평촌 리모델링연합회 회장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08년 전국에서 두 번째로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현재 사업계획승인이 임박한 목련2단지 리모델링 조합장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그동안 관심 밖인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 고군분투했다. 정치권에 증축형 리모델링 허용을 꾸준하게 요구해왔고, 이는 현실화됐다. 현재는 전국적으로 리모델링 붐이 일고 있다. 예상이 적중한 셈이다. 평촌에서만 약 30곳, 1기 신도시에서는 395개 단지가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평촌의 경우 이 회장을 중심으로 리모델링 연합회도 출범했다. 사업 활성화를 위해 한 목소리를 내줄 수 있는 든든한 ‘동료’가 생겼다. 이 회장은 15년 동안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해 리모델링 활성화에 앞장서겠다는 방침이다.

 

이형욱 회장 | 평촌 리모델링 연합회 [사진=이혁기 기자]
이형욱 회장 | 평촌 리모델링 연합회 [사진=이혁기 기자]

▲평촌 리모델링 연합회 구성 목적과 회장 역할을 역임하게 된 계기는

연합회는 지난 5월 21일 21개 단지로 출범해 현재 27개 단지를 구성원으로 두고 있다. 평촌 노후 아파트들의 원활한 리모델링사업 추진에 목적을 두고 있다. 과거에는 리모델링 추진 사례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조합과 업계 관계자 일부와 함께 정치권을 찾아 증축 허용 등 정책 개선을 요구해왔다. 지난 2008년 목련2단지 리모델링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이후 국회 및 국토교통부 관계자 회의, 세미나, 토론회 등에 참석했다. 그리고 전용면적 40% 증축, 15% 세대수 증가, 수평·별동·수직증축 등을 이끌어냈다. 10여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혼자가 아닌 다수가 참여했다면 정책이 개선될 수 있는 시간을 조금 더 단축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연합회는 어떠한 역할을 해오고 있나

현재 평촌에서만 30개 단지 이상에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이중 다수 아파트 단지들은 아직 추진위원회 단계다. 사업계획을 어떻게 수립하느냐가 중요한데, 각 단지들이 시행착오 없이 빠른 시간 내에 리모델링을 완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목련2단지 조합장직을 역임하면서 2016년 10월 제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종상향 시킨 경험이 있다. 관내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사업장들에게 귀감이 될 내용으로, 향후 종상향 추진시 선행 사례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이 외에도 연합회는 리모델링 특별법 제정 등을 위해 국회 및 시의회와 함께 노력하고 있다.

목련2단지 리모델링 [사진=이혁기 기자]
목련2단지 리모델링 [사진=이혁기 기자]

▲평촌 등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집값상승을 목적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한다는 의견도 나오는데, 사업이 확산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노후화로 주거환경이 열악해지면서 사업을 추진하는 목적이 크다. 오래된 아파트들은 설비 노후화로 배관 녹물에 층간소음, 노후 엘리베이터 등으로 주민들이 고통 받고 있다. 주차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대부분 아파트가 지하 주차장이 없어 주차공간은 가구당 0.4대에 불과하다. 그나마 지하 주차장이 있더라도 가구당 0.7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렇기에 퇴근 무렵이면 평촌 시내 대부분의 아파트에서 주차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리모델링이 부동산시장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주택공급을 통한 시장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리모델링으로 얼마나 주택공급이 가능하겠냐는 의문이 나온다. 하지만 신도시에 버금가는 주택공급이 가능하다. 평촌, 분당, 산본, 중동, 일산 등 1기 신도시에서만 395개 단지가 리모델링 추진 대상이다. 가구수로는 27만7,774가구에 해당된다. 리모델링을 통해 10%만 일반분양하더라도 약 2만7,000가구 규모다. 신도시 조성을 통해 발생하는 주택공급량과 비슷하다.

목련2단지 리모델링 조합 투시도 [사진=조합제공]
목련2단지 리모델링 조합 투시도 [사진=조합제공]

▲얼마 전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택법에서 별도 분리된 리모델링 특별법을 발의했다. 법안이 통과할 경우 실질적으로 사업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지

예전부터 리모델링 특성에 부합하는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그렇기에 이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동주택 리모델링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 발의를 환영한다. 다만, 일부 용어 재정비가 필요하다. 일례로 사업계획승인 대신 행위허가로 용어를 정립해야 한다. 리모델링은 아파트를 신축하는 게 아니다. 따라서 경관심의와 교육환경영향평가 등 신축에 준하는 행정심의 과정에서 절차 간소화가 필요하다. 이 외에도 일선 추진주체와 전문가 의견을 검토해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별도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리모델링에 대한 경기도의 제·행정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도 정책을 평가하자면

추가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도는 공공지원 시범사업으로 평촌과 일산 2곳을 선정해 1차 안전성 검토 및 사업성 검토를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시공자 선정 전까지 추진위원회 및 조합의 운영비와 사업비 지원 내용도 포함시켜야 한다. 서울시 정비사업 공공지원과 마찬가지로 운영비 및 사업비 지원을 위한 저리 융자제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원활한 리모델링 추진을 위해 개선하거나 도입이 필요한 정책은

수직증축을 적극 허용해야한다는 점이다. 현재 수직증축으로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사례는 서울 송파 성지아파트 등 손에 꼽힐 정도로 저조하다. 수직증축으로는 사실상 사업계획승인을 받기가 어렵다. 대부분 수직증축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해도 사업계획승인 단계에 막혀 수평증축으로 사업유형을 전환하고 있다. 수직증축으로 사업계획승인을 받기 어려운 이유는 안전성에 대한 문제를 꼽는다. 하지만 수직증축을 진행하면서 구조보강이 이뤄지기 때문에 안전상 문제될 게 없다. 우주선으로 로켓을 쏘아 올리는 시대다. 건설 기술력은 안전을 우려할 만큼 낮지 않다.

 

▲향후 연합회 활동 계획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다른 신도시 리모델링 연합회와의 교류를 통해 제도 개선을 위한 심포지엄이나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개최할 계획이다. 나아가 전국적인 리모델링 연합회로 확대·결성해 리모델링 관련 법제정이 하루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한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협력업체 선정시에도 입찰 및 합리적인 용역비 협상이 가능할 수 있도록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체계적인 리모델링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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