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제의 소재=최근 대체 시공사 선정 및 착공까지 이뤄진 강남권 모 재건축 조합에서 계약 해제된 기존 시공사가 조합을 상대로 시공사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해서 항소심 판결에서 그 지위를 인정 받은 판결 내용이 회자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 여러 현장에서 여러 이유 등으로 시공사 교체가 이뤄지고 있는데 위 판결 내용으로 인해서 시공사 교체를 희망하는 조합에서는 일견 제동이 걸린 것으로 보이고, 기존에 시공 계약이 해제되었던 시공사들은 위 판결을 계기로 유사 후속 소송이 제기될 것으로 보이기도 하는 만큼 실무적으로도 중요한 이슈라고 할 수 있는데 해당 판결의 내용 및 그 의미를 고찰해보기로 한다.

2. 항소심 판결의 내용=피고 조합은 우선 시공사의 도급 계약 상 의무 불이행 등으로 인해서 도급 계약서 상 해제 사유에 해당되어서 약정 해제권 행사를 주장했고, 이에 대해서는 계약 해석 및 법적 가치 판단이 필요한 부분인 바, 본 칼럼에서 그 정당성 여부에 대한 판단은 논외로 하기로 한다.

주되게 살펴보고 싶은 부분은 결국 조합에서 약정 해제 사유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서 민법 제673조에 기한 임의 해제권을 총회 결의를 통해서 행사한 것인데 그와 같은 임의 해제권 행사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은 부분이다.

항소심 재판부가 위 임의 해제권 행사 효력을 인정하지 않은 이유는 민법 제673조에서 도급인으로 하여금 자유로운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 수급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도급인의 일방적인 의사에 기한 도급계약 해제를 인정하는 대신, 도급인의 일방적인 계약해제로 인하여 수급인이 입게 될 손해, 즉 수급인이 이미 지출한 비용과 일을 완성하였더라면 얻었을 이익을 합한 금액을 전부 배상하게 하는 것이므로(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다37296, 37302 판결 등 참조), 피고가 민법 제673조에 따라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할 경우 정비사업비의 변경이 초래되고 따라서 민법 제673조에 따라 피고가 하는 이 사건 계약의 해제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그 선행 절차로 그러한 해제 및 해제와 일체를 이루는 손해배상에 관하여 총회 의결이 있어야 하는데 이 사건 해제총회에서 위와 같은 해제 및 해제와 일체를 이루는 손해배상에 관하여 의결이 없었다는 것이다.

3. 임의 해제권 행사 효력을 부정한 항소심 판결의 문제점=우선 조합 입장에서는 주위적으로는 시공사 귀책 사유에 기한 약정 해제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즉, 대여원리금 상환 책임 외에 손해배상이 발생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도급 계약 해제 결의 시 손해배상과 관련된 총회 의결을 거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추후 그와 같은 계약 해제권 행사가 부적법 무효일 경우에 대비해서 민법 제673조에 기한 임의 해제권 행사를 예비적, 보충적으로 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소송 시 법원 판결을 통해서도 손해배상책임의 정도 및 그 금액이 엇갈린 판단이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방배5구역 판결이 그랬다), 그와 같은 손해배상책임의 정도 및 그 금액에 대해서까지 계약 해제 시점에서 조합이 예측 고지하고 의결해야 한다는 것은 사실 상 불가능하고, 일응 추산금액을 기재한다고 하더라도 그 금액 역시 추산액에 불과하다고 할 것인 바, 그와 같은 손배금액 기재의 정확성 등을 따져서 조합 총회에서 이뤄진 임의 해제권 행사 효력 자체를 부인할 근거는 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 의견처럼 추후 임의 해제권 행사로 인해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조합이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된다고 하더라도 애초 임의 해제권 행사 시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구체적 손해 배상 금액까지는 사전 고지 받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추후 소송 등을 통해서 법령 상 인정되는 손해배상금액에 대한 지급 의무 자체를 지는 것에 대해서는 사전 동의가 되어 있었던 상황이어서 만약 소송을 통해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면 조합 입장에서는 손해배상금 지급 의무 이행을 위해서 증가되는 정비사업비 변경 분은 추후에 총회 의결을 통해서 변경 의결하면 되는 부분이다(정비사업비의 변경이라는 부분도 지출이라는 측면에서만 본다면 손해배상금 지급으로 인해서 조합에 지출이 발생하는 것이지만 조합 입장에서는 그와 같은 손해배상금을 지급한다고 하더라도 시공사 교체를 통한 아파트 품질 향상, 사업비 대출 과정에서 금리 인하 혜택, 일반분양가 상승으로 인한 전체적인 조합 수익 증대 등을 꾀할 수도 있는 바, 결국 정비사업비 변경은 시공사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이행하기 위한 후속 절차에 불과할 뿐 그와 같은 정비사업비 변경에 준하는 의결 내용이 계약 해제 시 선행 되지 동시 결부되어야 임의 해제권 행사 효력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조합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조건 등을 고려하여 기존 시공사에 대한 임의 해제권를 최고 의사결정기관인 총회 결의로써 행사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기존 시공사가 입게 되는 손해는 판례 상 ‘수급인이 이미 지출한 비용과 일을 완성하였더라면 얻었을 이익을 합한 금액’으로 보전되는 바, 총회 결의 시 임의 해제권 행사 및 그에 따라서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게 될 것임을 조합원에게 고지했다면 구체적인 손해배상금액 자체가 적시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해제권 행사의 효력 자체는 인정되어야 할 것이고, 추후 소송 등을 통한 손해배상책임 금액 인정 시 조합은 해당 손해를 ‘정비사업비의 변경’이라는 총회 의결 절차를 통해서 배상하면 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물론 조합 입장에서는 시공사 귀책을 이유로 한 약정 해제권 행사가 주된 취지고 도급 계약 임의 해제권 행사를 예비적 보충적으로 생각해서 총회 책자나 실제 총회 진행 시 심의 과정에서 조합원들에게 손해배생책임 발생 여부 및 개략적 금액 등에 대해서 명확히 설명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할 것이지만 약정 해제권 행사가 부적법 무효가 될 경우에 대비해서 임의 해제권 행사 요건에 맞춰서 어느 정도 제안 사유 등을 구체화 해야 추후 소송 과정에서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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