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총회에서 임원을 선임하거나 각종 협력업체를 선정하는 경우 직접 참석이 어려운 조합원들의 의결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하여 널리 서면결의가 활용된다. 


일반적으로 서면결의는 그 행사방법에 별다른 제한이 없다. 서면에 자신의 이름을 적고 안건에 대한 의사를 표시하여 조합에 전달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최근 일부 조합에서는 이러한 일반적 의미의 서면결의와 달리 선임 혹은 선정 안건의 처리를 위하여 사전투표나 우편투표를 활용하려는 곳들이 생겨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선임 혹은 선정안건의 처리에 관하여 일반적 의미의 서면결의를 인정치 않고 사전투표만을 허용하거나 예외적으로 일정한 범위의 조합원들(예컨대 조합 소재지 바깥에 거주하는 조합원)에게 우편투표를 허용하여 주는 등의 내용으로하는 선거관리규정을 설치하려는 움직임이 바로 그것이다.


일부 조합의 이와 같은 시도는 선임 혹은 선정 안건의 공정한 처리를 위한다는 명분하에 진행되는 것이지만 조합원들의 서면결의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반론은 일반적 서면결의를 허용치 않고 사전투표 혹은 우편투표만 인정하는 것은 서면결의권 자체를 박탈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시각에서 비롯된다. 과연 사전투표만을 인정하는 것이 서면결의권을 박탈하는 것에 해당하는 것일까.


도시정비법은 총회의 소집절차·시기 및 의결방법 등에 관하여 정관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직접참석에 의한 의결권 행사 외에 서면에 의한 의결권 행사를 명시적으로 규율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서면결의 제도를 채택할지, 채택한다면 어느 정도로 서면결의권을 보장할지, 보장된 서면결의권의 구체적 행사방법은 무엇인지에 관한 문제는 원칙적으로 조합이 정관을 통해 자치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다. 


만약 정관에 서면결의에 관해 자세한 사항이 규정되어 있지 않다면 일반안건과는 다른 선정 혹은 선출 안건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선거관리규정을 통해 서면결의의 구체적 행사방법 및 관련 세부사항을 규정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다고 보아야 한다.


그 동안 정관에서 서면결의 제도를 채택하면서도 구체적 행사방법에 관하여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았던 결과 의결과정에서 서면결의서 징구 업무를 위탁받은 ‘OS요원’이 특정 후보자를 위한 편파적 선거 운동을 하거나, 서면결의서 자체를 위‧변조 하는 등 서면결의 제도가 조합원들의 의사를 왜곡하는 방향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와 같은 서면결의의 제도적 결함을 보완하고자 서울시는 2015. 5. 선출안건과 관련하여 OS요원 등 제3자에 의한 투표를 전면 금지하고, 사전투표, 우편투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서면결의의 구체적 행사방법을 강하게 제한하는 내용의 ‘재개발‧재건축 표준선거관리규정’을 제정하기에 이렀다.

단순히 특정 내용에 관하여 찬성 반대를 묻는 일반적 안건과 달리 선정 또는 선출 안건은 여러 후보 중 하나의 선택을 요구하기에 후보 간 경쟁이 격화되어 혼탁한 분위기로 흐르기 쉽다. 


이와 같은 선임·선정 안건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선거관리규정에서 일반적인 서면결의가 아니라 사전투표 혹은 우편투표 등만 허용하더라도 이를 서면결의권 자체의 박탈로 보기는 어렵다. 사전투표 혹은 우편투표 그 자체도 서면결의의 한 형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결국 일반적 서면결의서 대신 사전투표 혹은 우편투표만 허용하는 선거관리규정을 설치하더라도 이는 정관이 채택하고 있는 서면결의의 구체적 행사방법을 정하는 것일 뿐 서면결의권 자체를 박탈하거나 조합원의 의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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