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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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조합원을 지정하지 않은 공유자가 제출한 서면결의서나 위임장을 작성하지 않은 채 대리인이 행사한 의결권은 효력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일선 조합에서는 총회장에서 평소 알고 지내는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관련 서류가 미비함에도 투표권을 인정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하지만 대법원이 총회 개회 당시 자의적인 판단으로 의결권 가능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을 내린 만큼 향후 주의가 필요하다.

대법원 제2부(재판장 조재연)은 지난달 30일 지방의 A재개발구역 내 일부 조합원이 재개발조합을 상내로 낸 ‘총회결의 무효 확인’ 소송에서 총회 결의가 무효라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고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재개발구역은 조합원 1/10 이상이 발의해 조합원과 이사 등에 대한 해임과 업무집행정지 안건을 의결하기 위해 임시총회를 소집했다. 당시 의장은 임시총회 개회 당시 전체 조합원 311명 중 159명(현장 참석 8명·서면결의서 151명)이 참석함에 따라 조합원 과반 출석으로 의사정족수를 충족했다고 판단했다. 이후 총회에 상정된 안건들도 모두 가결했다.

하지만 이날 총회에는 조합설립인가 이후 토지의 절반을 양도해 공유자가 된 소유자가 제출한 서면결의서가 의사정족수에 포함됐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는 토지 등을 여러 명이 소유하는 경우에는 대표자 1명만을 조합원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대표조합원을 지정하기 위해서는 조합에 대표조합원 선임동의서를 서면으로 제출해야 한다.

그럼에도 당시 총회에서는 대표조합원 선임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은 공유자에 대한 서면결의서를 총회에 참석한 것으로 판단해 의사정족수에 포함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는 대표조합원의 적법한 의결권 행사의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상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더불어 조합원의 직계존속이라도 위임장을 제출하지 않았다면 의결권 행사가 불가능하다는 판결도 내렸다. 도시정비법에 따르면 조합원이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는 배우자나 직계존비속, 형제자매 중 성년자를 대리인으로 지정할 수 있다. 또 대리인 지정 시에는 위임장을 제출하는 경우 대리인을 통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총회 발의자 측은 일부 조합원이 위임장을 제출하지 않았음에도 대리인 참석을 인정했고, 의사정족수 산정에 포함시켰다.

이에 재판부는 “대리권에 대한 법률을 명확하게 규정한 것은 총회 결의의 성립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에 목적이 있다”며 “해당 규정에도 불구하고 총회개회 당시 의장이나 직무대행자 등 집행부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조합원 의결권 대리행사 가부를 가릴 수 있다고 보게 되면 당사자들이 유불리에 따라 총회 결의의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로 인해 불필요한 법적 분쟁이 야기될 수 있기 때문에 객관성고 명확성, 안정성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도시정비법과 정관 등의 내용과 취지에 따라 위임장을 제출하지 않았다면 대리인을 통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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