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12조제1항제2호는 사업시행계획인가 고시일 전까지 납부 또는 지출된 금액이 7억원 이상인 경우 조합은 사업시행계획인가의 고시일부터 20일 이내에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른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여 회계감사를 요청하지 않은 조합임원을 형사처벌하고 있다.

최초 사업시행계획인가가 아닌 변경인가를 받은 경우에도 회계감사를 받아야 할까. 이 사건은 평소 조합장과 대립하던 조합원이 사업시행계획변경인가를 받고도 회계감사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합장을 수사기관에 고발하면서 시작되었다. 조합장은 이미 도시정비법 위반으로 수차례 벌금을 선고받은 적이 있어 이번에는 100만원 이상의 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았던 상황.

일찍이 법제처는 정비사업을 시행하려는 경우에 받는 사업시행계획인가와 이미 인가된 내용을 변경하려는 경우에 받는 사업시행계획변경인가는 구별되며, 도시정비법은 사업시행계획인가 시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고만 규정할 뿐 사업시행계획 ‘변경’인가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으므로 조합은 사업시행계획변경인가 시 회계감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보았다. 실무도 대체로 사업시행계획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회계감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하지만 검찰의 생각은 달랐다. 검찰은 해당 조합이 최초 사업시행계획인가 이후 변경인가를 받을 때까지 지출한 금액이 7억원을 초과하는 점, 도시정비법 상 명문의 규정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업시행계획 변경은 최초의 사업시행계획 수립과 절차·요건·효력이 사실상 동일하다는 점, 사업시행계획 수립 및 변경단계에서는 조합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기 때문에 회계감사라는 공정한 절차를 거치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을 이유로 조합장을 도시정비법 위반으로 기소하고 벌금 100만원을 구형했다.

이에 대하여 부산지방법원은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형벌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전제한 후, 도시정비법의 문언적·체계적 해석상 사업시행계획인가와 그 변경인가는 구별되므로 사업시행계획변경인가 시에는 회계감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조합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무죄선고가 부당하다며 항소를 제기했고 사업시행계획인가 이후 지출금액이 많아 회계감사를 받을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공방이 오가며 긴장감이 맴돌았지만, 부산고등법원 역시 1심과 동일한 결론을 내리며 사건이 마무리되었다(2021.8.).

조합은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은 이후에도 건축 규제 변화, 설계변경, 정비사업비 변경 등 다양한 이유로 여러 차례 사업시행계획을 변경하게 되는데 그 때마다 엄격한 외부감사법상의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본다면 조합의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는 점, 도시정비법은 정비사업의 변곡점이 되는 중요한 단계에 있어서의 사업비 집행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추진위원회에서 조합으로 관련자료가 인계될 때 △사업시행계획인가 시 △준공인가 시 각각 회계감사를 받도록 ‘단계별’로 규정을 마련해 두고 있어 굳이 그 중간에 지출된 금액이 있다는 이유로 회계감사를 추가적으로 받게 할 실익이 없다는 점에서도, 법원의 판단은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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