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공자 계약해제 결의 관련 이상한 판결

◯ 최근 들어 눈에 띄기 시작하는 이상한 판결이 있다.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시공자와의 분쟁으로 계약해제 결의를 할 때에 총회에서 결의를 해야 하는데, 단순히 계약해제 결의 뿐만 아니라 계약해제로 인하여 조합이 시공자에게 배상해 주어야 할 손해배상결의도 같이 해야만 시공자계약해제 결의가 유효하다는 판결이다.

◯ 처음에는 대구에서 판결이 나더니만 이번에는 서울고등법원에서 판결이 났다. 그 내용에 대하여 알아보고 과연 이 판결이 타당한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 조합과 시공자와의 분쟁 내용

◯ 서울 강남에 있는 어떤 재건축 조합이 시공자와 분쟁이 발생하였다. 시공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조합 측에 무리한 억지 요구를 하는 것이 어디 하루 이틀이었던가?

◯ 어쨌던 조합 측에서 주장하는 시공자의 귀책사유는 총 12가지인데, 이를 사유별로 크게 나누어 다음과 같이 판결문에 기재되어 있다.

① 부당한 공사비 595억 원 증액 요구(지하 4층에 대한 공사비 청구 포함) - 595억원은 이 사건 계약에 따른 공사금액 2,098억원의 약 28%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② 착공 거부 및 사업 지연 관련 사항-시공자가 이 사건 사업에 착공할 수 있었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고의적으로 착공을 거부하였고, 또한 시공자가 각종 제안사항 불이행, 사업비의 무이자 대여 거부, 뒤늦은 설계변경 제안, 공사비 증액 요구 등으로 이 사건 계약을 불이행하면서 고의적으로 사업을 지연하였다는 것이 조합측 주장이다.

③ 무상특화 제안 항목 관련 사항(무상특화로 제안한 항목의 대부분이 공사비에 이미 포함되어 있다는 점, 무상특화 제안 항목 중 설계과정에서 미반영된 부분이 있고 이에 대한 대안제시를 거부하였다는 점, 특화제안에 따른 설계비 등 제반비용 부담을 거부하였다는 점 등)

④ 사업경비 1,005억 원의 무이자 대여 제안 관련 사항,

⑤ 입찰 참여 과정에서 제안한 항목 관련 사항(보호수 이전 제안, 임대주택 삭제 제안, 친환경 용적률 인센티브 4.55% 제안이 불이행되었으나 이에 대한 대안 제시가 없다는 점)

■ 총회에서 계약해제 결의 및 새로운 시공자 선정

◯ 위와 같은 사유로 조합과 시공자간에 분쟁이 발생하여 조합은 총회를 소집하여 시공자계약해제 결의를 하였고, 해제결의에 따라 조합은 시공자에게 계약해제통보를 한 다음 새로운 시공자 선정절차를 거쳐 새로운 시공자를 선정하여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 그리고 새로운 시공자가 공사를 진행중에 있다.

■ 시공자의 조합 상대 시공자 지위확인 청구소송 제기, 2심 법원의 판단

◯ 공사계약 해제를 당한 전 시공자는 조합을 상대로 시공자 지위확인청구소송을 제기하였는데, 1심에서는 시공자가 패소하였으나 2심에서는 시공자가 승소하였다.

◯ 2심 법원의 판결문을 보면, 조합측에서 주장하는 시공자의 귀책사유에 대하여 ‘조합측이 시공자의 귀책사유라고 판단할 만한 사유가 있으나 결론적으로는 시공자의 귀책사유가 아니다’는 취지의 판결을 하였다.

◯ 아울러 시공자의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도급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민법 제673조(완성전의 도급인의 해제권) ‘수급인이 일을 완성하기 전에는 도급인은 손해를 배상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에 기한 임의해제를 조합이 주장하였으나, 이 또한 인정하지 않았다.

■ 민법 제673조에 기한 임의해제 인정하지 않은 법원의 판단 내용

◯ 조합은 시공자의 귀책사유가 있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민법 제673조에 기한 임의해제를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판결하면서 임의해제를 인정하지 않았다.

조합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계약해제통보에 민법 제673조에 기한 해제의사가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는 적법한 해제라고 할 수 없다. 조합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도시정비법 제45조 제1항 제13호에 의하면, 단체인 조합의 조합원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는 사항 등 주요한 사항을 결정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 또는 정관이 정하는 사항에 관하여는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고, 같은 법 시행령 제34조 제1항 제4호에 의하면, 위와 같이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사항 중 하나로 정비사업비의 변경이 정해져 있다. 그리고 민법 제673조에서 도급인으로 하여금 자유로운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 수급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도급인의 일방적인 의사에 기한 도급계약 해제를 인정하는 대신, 도급인의 일방적인 계약해제로 인하여 수급인이 입게 될 손해, 즉 수급인이 이미 지출한 비용과 일을 완성하였더라면 얻었을 이익을 합한 금액을 전부 배상하게 하는 것이므로, 조합이 민법 제673조에 따라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할 경우 정비사업비의 변경이 초래된다. 따라서 민법 제673조에 따라 피고가 하는 이 사건 계약의 해제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그 선행 절차로 그러한 해제 및 해제와 일체를 이루는 손해배상에 관하여 총회 의결이 있어야 한다.

② 그런데 이 사건 해제총회에서 위와 같은 해제 및 해제와 일체를 이루는 손해배상에 관하여 의결이 있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③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해제총회에서 민법 제673조에 따른 해제와 그와 일체를 이루는 손해배상에 관하여 개략적으로나마 의결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해제총회에서 그러한 해제 및 그와 일체를 이루는 손해배상에 관하여 총회 의결이 없었으므로 유효하다고 할 수 없다.

■ 김조영 대표변호사 견해

◯ 아니, 조합의 입장에서는 분명히 시공자의 귀책사유 때문에 공사계약해제결의를 총회에서 하는 것인데, 이럴 경우 시공자에게 귀책사유가 없을 때를 가정하여 배상해 주어야 할 금액에 대하여 총회결의를 같이 받아야 한다는 논리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 조합 입장에서는 분명히 시공자가 잘못했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시공자가 아무 잘못이 없는 경우를 가정하여 최대한 000원을 조합이 시공자에게 손해배상을 해 주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를 같이 하여야 한다는 말인가?

◯ 이런 식으로 판결을 하면 어떤 조합에서 시공자의 공사계약 해제결의를 할 수 있겠는가?

◯ 조합 집행부가 총회에서 아무리 시공자에게 귀책사유가 있다고 조합원들에게 설명을 하더라도, ‘혹시라도 그 귀책사유가 법원에서 인정되지 않는다면 총 금액을 손해배상해 주어야 한다’는 안건에 그 어느 조합원이 찬성표를 던지겠는가?

◯ 위 판결에 반박할 논리는 많으나 내가 직접 소송을 맡은 것도 아니어서 자세한 반박내용은 생략하도록 하겠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