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용 건물의 세입자에게 지급되는 주거이전비는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로 평가받는 세입자들을 적극 보호하는 방향으로 법원의 판결이나 법령의 개정이 이루어져 왔다.

주거이전비 지급대상에서 제외되던 무상 거주자는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54조제2항 개정으로 지급대상이 되었고, 세입자나 현금청산자는 수용개시일 이후에도 조합이 주거이전비를 지급하기 전까지 부동산 인도를 거절할 수 있도록 대법원 판결이 정리되었다.

그러나 주거이전비 지급요건을 아무리 세입자에게 유리하도록 완화하더라도 법령상 문언이 명확히 요건으로 설정한 내용까지 무시할 수는 없다.

주거용 건물의 세입자에 대한 주거이전비 지급요건과 관련하여 ①정비계획 공람공고일 당시 정비구역에 거주하는 세입자를 지급대상으로 보는 점 ②보상방법, 금액 등 보상내용은 사업시행인가고시일에 확정되는 점 ③관리처분계획인가 시까지 계속 거주할 필요는 없는 점 등은 이미 판례들과 법령 개정을 통해 확립된 내용이다.

그런데 이에 부가하여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54조제2항의 도입부에 규정된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이주하게 되는’이라는 내용이 주거이전비 지급의 독립된 요건인지에 대하여는 1심 법원에서도 견해를 달리하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일부 지방법원의 단독판사들은 ‘위 요건을 세입자 주거이전비의 독립된 요건으로 볼 수 없다’면서 조합설립인가일 전에 구역 밖으로 이주한 세입자의 주거이전비 청구를 인용하는 화해권고결정을 넌지시 강요하는 사례도 있다.

아마도 일반 공익사업과 도시정비법상 정비사업의 절차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비계획 공람공고가 나면 정비사업에 관한 행정계획이 구속력을 발하였으므로, 그 이후에 이주한 세입자들은 전부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이전한 것이라 보아도 무방하다는 막연한 판단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정비계획 공람공고 이후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계획인가 등을 받아야 하는 재개발사업의 절차를 고려했을 때 매우 부당한 판단이다. 이로 인해 무고한 조합들은 세대당 1,000만원이 넘는 세입자 주거이전비를 부담하게 되고 이로 인해 사업에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이주하게 되는’이라는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54조제2항의 문언을 도시정비법상의 정비사업에 맞추어 해석하면 세입자는 적어도 사업시행인가일까지 계속 거주하여야 한다.

정비계획 공람공고일은 주민들에게 정비계획이 최초로 공표된다는 의미를 갖지만, 위 공람공고만으로 건축물의 사용·수익에 제한이 가해지는 것이 아니다. 위 공람공고 당시에는 시행자인 조합조차 설립되지 않은 시점이라 사업의 시행여부 조차 불확실하다.

또한 조합이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시점에서야 비로소 정비사업시행을 위한 수용권을 취득하고 주거이전비의 보상내용도 구체적으로 확정할 수 있는 바, 세입자의 계속 거주요건을 아무리 앞당긴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사업시행인가일까지는 계속 거주하여야 한다. 즉, 정비계획 공람공고일 당시부터 사업시행인가일까지 계속하여 정비구역 내에 거주해야 한다.

고등법원에서도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이주하게 될 것을 독립된 요건으로 보면서 사업시행인가일까지 계속거주를 요구한다(부산고등법원 2020누 사건, 수원고등법원 2019누 사건 등).

따라서 정비계획 공람공고일 당시 구역 내에 거주하고 있던 주거용 건물의 세입자가 사업시행인가일 전에 구역 밖으로 이주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공익사업으로 인하여 이주하였다고 볼 수 없고, 당연히 주거이전비 지급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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