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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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도심지 내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로 추진한 공공재건축이 사실상 실패한 분위기다. 전국 주요 대도시를 대상으로 한 모집에서 후보지 신청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공공재건축제도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8일 국토교통부는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방안’에 따른 민간제안 통합공모 결과 총 70곳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번 통합공모는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경기·인천)과 지방광역시를 대상으로 진행해 적지 않은 민간제안이 접수됐다.

하지만 전체의 절반 이상이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이었으며, 공공정비사업은 13곳에 불과해 소규모정비사업 참여건수(20곳)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공공재개발과 직접시행이 각각 10곳과 3곳으로 공공재건축은 단 1건도 참여하지 않았다.

공공재건축은 지난해 8·4대책을 발표하면서 도입한 사업방식이다. 재건축단지에 용적률과 층수 규제를 대폭 완화해 사업성을 높여주는 대신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3기 신도시 등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도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자, 도심지 내 주택공급을 늘리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하지만 사업방식 도입 1년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당초 공공재건축을 통해 2025년까지 5만호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목표와는 달리 불과 4곳의 후보지 신청이 전부였다. 공급물량 기준으로 1,500호를 확보하는데 그쳤다.

당초 정부가 기대했던 강남권의 대규모 재건축 단지에서는 주민들의 반발이 거셌다. 용적률 상향에 따른 임대주택 공급이 문제가 됐다. 강남의 입지적인 특성상 고급 아파트를 희망하는 주민들이 임대주택을 건설하게 될 경우 단지 가치가 하락할 것을 우려한 것이다. 일부 단지에서는 공공재건축을 검토했다는 이유만으로 조합장을 해임하기 위한 움직임까지 보였다.

나아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시행되고 있는 만큼 초과이익이 높을수록 조합원들의 부담이 커진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공공재개발의 경우 분양가상한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반면 공공재건축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다는 점도 외면 받는 이유다.

심층컨설팅을 진행하고도 민간 방식으로 다시 돌아선 사례도 있다. 서울 관악 미성건영아파트는 사전컨설팅 당시 법적상한까지 용적률 상향이 가능하다는 판단에 심층컨설팅을 진행했다. 하지만 심층컨설팅 결과 용적률 300%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인근 학교에 대한 일조권 문제로 250% 이상의 용적률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사업성은 되레 떨어지는 반면 임대주택 공급 등으로 공공성만 높아지게 되는 셈이다.

공공재건축에 대한 조합원들의 부정적인 인식과 더불어 서울시의 공공기획과 경쟁해야 한다는 점도 숙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공공기획을 재개발은 물론 재건축으로 확대한다는 의지를 보인 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기획의 경우 민간방식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공공재건축보다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의 엄정진 정책기획실장은 “일선 업계에서는 공공재건축으로 용적률 상향 인센티브를 받더라도 재건축초과이익환수 등 각종 규제로 사업성에 별차이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강남권에서는 공공재건축에 대한 경쟁력이 없어 성과를 내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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