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흐름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원하지 않아도 먹게 되는 게 나이이고, 아마 대부분은 건강을 지키고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지어진 지 수십년이 지나면서 준공 당시 반영했던 트렌드는 이미 오래된 유물처럼 느껴지기 마련이고, 리모델링 또는 재건축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준비한다.

현재 1기 신도시들을 포함한 아파트들의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리모델링이 각광받고 있다. 심지어 과거 정비사업을 통해 들어선 아파트들까지 리모델링을 추진하면서 두 번째 재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이 단지들은 이미 고층 아파트로 건립되면서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이 유리하다고 판단된 곳들이다.

리모델링시장은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시장 규모가 오는 2030년 44조원까지 대폭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대형사들도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속속 리모델링에 뛰어들고 있다. 정비사업에서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삼성물산 역시 이달 서울 강동구 고덕아남아파트의 시공권을 확보하면서 리모델링 수주 대열에 합류했다.

업계에서는 커지는 시장 규모에 맞춰 수직증축 활성화와 내력벽 철거 허용 등 제도적 변화를 통해 사업 불확실성을 해소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2014년 최대 3개 층까지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했다. 늘어나는 가구수를 일반분양할 경우 조합원들의 분담금을 절감할 수 있고, 사업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직으로 일반분양분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별동·수평증축보다도 공간 활용도가 높았다. 하지만 2019년 수직증축 안전성 검토를 2회로 늘리면서 사업계획승인을 목전에 두고 있던 대부분의 사업장들이 멈춰선 끝에 수평·별동증축으로 사업유형을 전환했다.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에 대한 결과 발표를 6년 넘게 미루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업계는 내력벽 철거가 가능할 경우 다양한 평면을 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촉각을 기울여왔다.

리모델링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꼭 필요하다.

이미 중층 아파트들에 대한 재건축 시대가 저물었고, 고층 아파트들의 주거환경 개선이 필요한 세대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제도는 불완전에 가깝다. 정부가 수직증축 등 리모델링 활성화를 고민하지 않으면 사업은 단순히 집값을 띄우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

박노창 기자 par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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