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감사원이 소극적이거나 보신적인 업무처리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습니다. 그만큼 공무원들이 업무에 미흡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혈세로 지급되는 급여는 꼬박꼬박 받아가는 것이 현실입니다. 조합 임원은 단 한명도 고의로 사업을 추진하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초헌법적인 제도는 폐지돼야 마땅합니다.”

허미경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 회원지원부장은 서울시의 ‘휴면조합’ 제도가 서울시의 또 다른 출구전략이라고 규정했다. 조합을 휴면 상태로 만들어 결국 재건축·재개발 퇴출로 이어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나아가 조합 임원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를 시가 임의대로 결정하는 것은 ‘공산주의’식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 내 일선 추진위·조합과 연대해 휴면조합 제도 철폐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휴면조합 제도의 문제점은 무엇인가=시가 조합 임원의 생존권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합 임원 대부분은 구역의 발전을 위해 안정적인 직장이나 사업을 포기하고, 재건축·재개발에 남은 인생을 걸고 있는 사람들이다. 사업이 지연되거나, 정체되기를 바라는 조합 임원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과 몇 개월 사업이 지연된다는 이유로 급여를 중단한다는 것은 삶을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생존권과 직결되는 정책을 당사자에 대한 의견 수렴도 없이 무조건 밀어붙이는 것은 공산주의 사회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서울시 내 추진위·조합 임원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밖에 보이질 않는다.

▲서울시는 휴면조합 제도가 도입되면 불필요한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 주장하는데=먼저 조합 임원의 급여가 ‘불필요한 비용’인지에 대해 서울시에 되묻고 싶다. 실제로 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넉넉한 급여를 받는 조합 임원은 많지 않다. 대부분 최저의 급여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휴면조합 제도로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다는 발상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알고 싶다. 휴면조합 제도로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은 공무원의 급여를 중단, 또는 감축시킨다면 엄청난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과 다름없다. 하지만 공무원의 급여를 줄이기는커녕 공무원 연금조차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무엇이 더 불필요한 비용인지 다시 생각해 보길 바란다.

▲서울시는 공공관리제를 의무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공공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볼 수 있지 않나=말 그대로 공공관리는 의무적으로 적용되는 제도다. 바꿔 말하면 추진위나 조합이 요청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공공관리로 공공자금을 융자해 사업을 추진하는 곳에 휴면조합 제도를 적용한다는 것은 일면 타당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공공관리구역이라고 해서 모두 공공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공공자금을 융자받지 못하는 구역이 더 많다. 설령 공공자금을 사용하는 조합이더라도 대의원 결의로 휴면조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조합 임원에 대한 급여 지급이 불법적인 행태가 아니지 않나. 그럼에도 마치 조합 임원이 불법적인 자금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다.

▲한주협의 향후 대응 방안은=우선 서울시 내 추진위·조합을 대표해 성명을 발표했다. 휴면조합 제도의 불합리함을 알리고, 폐지를 요청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또 추진위·조합과 연대해 시와 맞설 계획이다. 현재 휴면제도 철회를 위한 긴급대책위원회를 구성한 상황이다. 현재 대처방안에 대해서는 의논 중이지만, 강경하게 대응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철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서울시는 물론 정부와 정치권에도 실력 행사에 나설 것이다. 법적 대응은 물론 서울시장에 대한 사퇴 운동까지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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