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임원 해임총회나 시공자 변경총회처럼 조합원들 간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총회에서는 서면결의서 쟁탈전이 벌어진다. 총회 주최 측이 서면결의서를 받으면 반대 측은 서면결의 철회서를 받고, 주최 측은 다시 서면결의 철회의 철회서를, 반대 측은 다시 그 철회의 철회서를 받는 식으로 말이다.

‘철회’는 말 그대로 자신이 했던 의사표시를 부정하는 의사표시인데, 경쟁이 과열되어 철회와 철회의 철회가 반복되다보면 의사표시의 선후가 뒤섞여 나중에는 작성자의 최종 의사가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양 측은 ‘재철회서’, ‘최종 철회서’, ‘최종 서면결의확인서’ 등 다양한 명칭을 사용해가며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철회서가 작성자의 최종 의사표시라고 주장한다. 작성자에게 실제 작성날짜와 상관없이 서면결의 철회 의사표시의 마감시한인 총회일을 기재해줄 것을 요청하거나 작성날짜를 비워두고 일단 서명을 받은 뒤 상대방 측이 철회서를 제출하기를 기다렸다가 그 이후 날짜를 임의로 기재하는 편법도 등장한다.

이제까지 다수의 판례는 ‘서면결의를 철회한다’는 철회의 의사표시와 ‘서면결의 철회를 다시 철회한다’는 재철회의 의사표시를 구분하여 다루지 않고, 작성자의 신원과 진정한 의사가 확인되기만 하면 재철회를 인정해왔다.

그런데 최근 광주지방법원은 시공자를 해지한다는 총회결의의 효력정지가처분 사안에서 철회와 재철회를 구분하고 서면결의 철회는 유효하나 재철회는 효력이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상대방 있는 의사표시는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로부터 효력이 발생하므로(민법 제111조제1항)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도달하여 효력이 발생한 후에는 표의자가 임의로 철회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인데, “서면 제출방법에 의한 의결권 행사의 철회가 허용되는 것은 조합원이 사전에 서면을 제출하였다고 하더라도 의결권 행사의 효력은 총회 결의 성립 당시에 발생하므로 그 효력이 발생하기 전인 결의 성립 전에는 철회를 금지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는 이상 서면 제출에 의한 의사를 철회할 수 있지만, 반면 서면 제출 방법에 의한 의결권 행사를 철회한다는 조합원의 의사표시는 조합에 도달하면 이미 한 의결권 행사를 소멸시키는 효력이 즉시 발생하므로 조합원은 이미 한 철회의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서면결의서를 철회한 조합원은 다시 ‘서면결의서’를 제출하거나 총회에 출석하여 현장 투표하는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위 결정은 우리에게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아직 본안이 남아있고 재철회서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는 판례가 다수라는 점에서 당장 실무를 바꿀 필요는 없겠지만 본안에서 어떤 판단이 나올지, 판례의 흐름이 바뀔지 관심있게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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