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대한 부실규정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초 담합, 짜고 치기 등의 의혹을 차단하기 위해 현설보증금 요구를 금지시켰던 제도가 무력화되면서 재개정 요구가 나오고 있다. 막대한 입찰보증금을 책정해 건설사의 진입 문턱을 높이거나, 현장설명회 당일 보증금을 선납하는 등 계약업무 처리 기준을 교묘하게 피해가는 행위가 발생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행 기준에 따르면 시공자 선정시 입찰마감 5일전까지 보증금 납부를 요구할 수 없다. 하지만 최근 서울의 한 재건축사업장에서는 건설사 2곳이 현설 당일 입찰보증금 500억원을 선납했다. 이 경우 사업시행자 등이 보증금을 요구할 수 없다는 규정으로 인해 건설사의 자발적인 선납은 문제될 게 없다는 변호사 대다수의 의견이 나오면서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다만 집행부가 입찰지침서에 입찰보증금 납부순으로 기호순번을 부여한다고 규정하면서 선납 경쟁을 부추겼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상 기호순번은 접수순 또는 추첨을 통해 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대형사들이 현행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악용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법무팀이 소속된 대형사가 보증금 선납 전 절차상의 문제는 없는지 변호사 자문을 거쳤을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막대한 입찰보증금도 문제다. 정부는 짜고 치기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업계의 지적을 반영해 현설보증금을 금지시켰다. 그런데 막대한 입찰보증금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수백억원에 달하는 입찰보증금은 수주 경쟁을 가로막고 있다. 심지어 일반 협력업체들에게도 보증금을 책정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가 건설사 수주비리 삼진아웃제를 재추진한다고 한다. 입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공과 관계없는 제안 금지사항을 구체화하고, 이를 어겨 3회 이상 적발될 경우 정비사업 참여를 영구적으로 배제한다는 점이 골자다.

일각에서는 규제만 가한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정부만 원망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일부 조합과 건설사는 계약업무 처리기준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물론 정부의 촘촘하지 못한 규정이 사업주체와 건설사가 규제의 허점을 파고들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 현실성 있는 규정 마련을 통해 민·관 상호간에 신뢰를 구축하면서 조합원 이익을 지키고,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한 시장 안정화도 이루길 기대한다.

박노창 기자 par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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