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을 통해 수차례 언급하였듯이 시공자는 정비사업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다. 시공자가 선정되어야 정비사업의 실질적 진전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정비사업에 필요한 자금의 조달이 시공자 선정을 통해 비로소 가능해지기에 이는 불가피한 현상이다.


이미 시공자가 선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선정된 시공자의 사업의지가 박약할 경우 해당 구역의 정비사업은 조금의 진척도 이루기 어렵다. 


선정된 시공자의 사업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결정적 척도 역시 ‘돈’이다. 어떤 이유로든 조합에 대한 운영비나 사업비 대여를 중단하거나 최소화하는 것은 시공자의 사업의지에 빨간 불이 커졌다는 뜻으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만약 시공자로부터의 자금대여가 원활치 못한 상황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조합으로서는 어떤 대응조치를 강구하여야 할까. 


경우에 따라서는 소송을 통해 시공자의 대여의무를 강제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시공자의 교체를 고민하게 된다. 


선정된 시공자가 한 업체라면 그리고 사업장에 관심을 보이는 시공자가 존재하기만 한다면 최소한 법적으로는 시공자 교체 문제가 그리 복잡하지 않다. 기존 업체에 대하여는 대여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해지를 통고하고 새로운 시공자 선정절차를 밟으면 될 일이다. 


하지만 선정된 시공자가 컨소시엄으로 묶인 여러 업체라면 조금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다. 컨소시엄에 속한 업체들의 시공의지가 각기 달라 정리해야 할 업체와 남아야 할 업체가 뚜렷이 구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이 전개되면 통상 조합들은 남길 업체와 떠날 업체를 선별해서 떠날 업체에 대하여는 계약 해지를 통고하고 사업의지가 있는 나머지 업체에만 시공자 지위를 남겨두는 간편한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대단히 합리적인 동시에 상식적으로 보이는 이 방법이 법적으로는 꽤나 어려운 문제를 동반한다.


시공자가 구성한 컨소시엄의 법적 성질은 ‘민법상 조합’에 해당한다. 민법상 조합은 2인 이상이 서로 출자하여 공동사업을 경영할 목적으로 결합한 단체이다. 법인이 그 구성원과 독립하여 단체 자체가 별개의 인격을 갖는 것에 반하여 민법상 조합은 조합 자체가 별개의 법인격을 갖지 못한다. 


따라서 민법상 조합체가 제3자와 계약을 체결할 경우 그 계약관계는 민법상 조합이라는 단체 자체와 제3자 간에 성립한다기보다 민법상 조합을 이루는 구성원 전체와 제3자간에 성립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A사와 B사로 구성된 시공자 컨소시엄과 조합이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 도급계약의 주체는 컨소시엄이라는 단체 자체가 아니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A사, B사의 집합체가 된다. 조합체로서의 도급계약 체결은 단순히 A사와의 도급계약과 B사와의 도급계약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과 달리 A사와 B사가 ‘집합체’로서 도급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그러므로 도급계약의 내용으로 일부 회사에 대하여만 계약해지가 가능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는 한 A사와의 계약관계만 선별적으로 해지할 수는 없고 A사와 B사의 집합체에 대하여 통일적으로 해지권을 행사하고 전면적으로 새로운 시공자 선정을 위한 절차를 밟는 것이 옳다.


다만 A가 B사와의 조합관계에서 스스로 탈퇴함으로써 결과적으로 B사와의 계약관계만 존속시키는 방법이 가능할 수는 있다. 이 경우 공사도급계약의 주체가 A사와 B사의 집합체에서 B사만으로 바뀌게 되므로 시공자 변경에 준하여 총회결의를 통하여 B사와의 도급계약 관계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면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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