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히 걸려온 전화 한 통. 다소 상기된 목소리의 주인공은 얼마 전 정비구역 해제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가까스로 살아난 한 조합의 관계자였다. 시청에서 조합원들에게 ‘대법원에서 조합이 승소하여 사업이 진행되더라도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던 7년 전을 기준으로 종전자산평가를 할 것’이라고 했다는 것, 그래서 항소심 판결을 받고 기뻐했던 조합원들이 다시 동요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1심에서 조합이 패소하자 정비구역이 해제될 것으로 철썩같이 믿고 사업구역 내 부동산을 사들인 빌라업자들이 화근이었다. 1심 결과가 확정되리라 믿고 부동산을 구입했다가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집혀 조합이 승소하는 바람에 낭패를 보게 되자, 7년 전 시세대로 분담금을 정하기 때문에 사업이 진행되면 조합원들이 큰 손해를 본다는 이야기로 기름을 부은 것이다. 주민들은 쉽게 동요되었다. 이미 두 차례나 그런 소문에 동요되어 조합해산이 신청되었던 조합이기에 안타까움은 컸다.

폭등한 부동산 시세를 감안할 때, 7년 전 기준으로 분담금을 정하면 무언가 심각한 손해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러면 7년 전 기준으로 종전자산평가를 하는 것은 조합원들에게 정말 손해일까.

정비사업은 조합원들이 가진 기존 부동산(종전자산)을 투자하여 새로운 아파트(종후자산)를 공급받고 나머지를 일반분양하여 발생하는 수익을 조합원들이 나누어 가지는 사업이다. 따라서 조합원들은 새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자신이 투자한 기존 부동산과의 차액을 지급하여야 하는데 이를 ‘분담금’이라 한다. 쉽게 말해 분담금이란 종전자산과 종후자산을 정산하기 위한 비용인 것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오해가 생기는 것 같다. 종후자산 가액(조합원 분양가)에서 종전자산평가액을 빼서 분담금을 산정하는 것으로 오해하면 종전자산 평가 시점을 7년 전으로 잡아 감정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종전자산평가액이 낮으면 낮을수록 분담금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담금은 그렇게 산정되지 않는다. 조합원 분양가에서 ‘종전자산평가액’이 아닌 ‘권리가액’을 빼서 산정한다. 그러면 ‘권리가액’이란 무엇인가. 종전자산평가액에 정비사업의 수익성 지표인 ‘비례율’을 곱하여 산정한 금액이다. 쉽게 말해, 종전자산평가액에 사업성까지 반영한 내 부동산의 가치를 말한다.

그렇다면 7년 동안 부동산 시세가 올랐다는 것이 비례율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살펴보자. 비례율은 조합의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제한 금액을 다시 종전자산평가 총액(조합원들의 종전자산 평가액을 모두 더한 것)으로 나눈 것을 말한다. 이처럼 비례율 계산에서 종전자산평가 총액은 ‘분모’에 해당하기 때문에 내 종전자산평가액이 커지면 비례율은 그만큼 낮아지게 된다. 부동산 시세가 오르면 내 부동산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구역내 부동산이 모두 같은 정도로 오르기 때문이다.

종전자산평가액이 늘어나는 딱 그만큼 비례율이 줄어들기 때문에, 종전자산평가액에 비례율을 곱하여 산정하는 ‘권리가액’은 시세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변동이 없게 된다.

이러한 이유에서 대법원도 “종전자산 평가는 조합원들의 상대적인 출자비율을 정하기 위한 것이고, 종전자산 평가액이 사후에 상승했다 하더라도 비례율이 하락하여 상승분을 상쇄하므로 평가시점을 언제로 하든 권리가액이 달라진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분담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뺀 ‘수익’이지 종전자산평가의 시점이 아니다. 즉, 수익이 낮아야 분담금이 늘어나는 것이지, 종전자산평가 시점이 7년 전이라고 분담금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란 뜻이다. 부디 ‘유언비어’에 현혹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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