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광주의 한 재개발구역 철거 도중 건축물이 붕괴하면서 승객을 태우기 위해 도로에 정차 중이던 버스를 덮쳤다. 내부에 타고 있던 17명 중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분명한 인재(人災)다. 그런데 이 같은 사고는 과거와 현재에도 지속해서 되풀이되고 있다. 2019년 서울 잠원동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다. 철거 도중 건축물 외벽이 무너졌고, 도로를 보행 중이던 시민이 사고를 당했다.

당시 정부는 다급하게 국민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거나, 새로운 법령 마련에 나섰다. 그래서 시행된 게 건축물관리법이다. 법령에는 건축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안전한 철거를 진행하기 위한 방안이 담겼다. 건축물을 해체하기 위해서는 행정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해체계획서를 작성해 건축사나 기술사 등으로부터 검토를 받아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주를 이뤘다. 업계는 법령 제정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민간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불만도 나왔다.

결과는 어땠을까. 허가와 감시 강화를 골자로 건축물관리법이 시행됐는데도 불구하고, 더 큰 인재가 발생했다.

광주 철거사고의 원인은 철거 업체가 해체계획서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점이 의심되고 있다. 법으로 금지돼있는 재하도급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설사와 철거업체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만 하고 있다. 이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원인 규명을 하겠다고 나섰다. 책임자 처벌을 위해 합동 사후 대책반을 구성하기로 했다. 지자체 관리 책임 강화와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보완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법을 강화해도 현장에서는 지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처벌만 강화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느 누구 하나 책임은지지 않고 회피하고 있다. 17명의 사상자를 낸 건물붕괴 참사는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한 어두운 단면을 드러냈다.

이미 일어난 사고는 되돌릴 수 없다. 위정자들은 최소한의 안전장치 마련을 위해 법을 강화한다고 했다. 하지만 또 다시 이 같은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하기는 어렵다.

안전기준은 현장에서부터 자발적으로 지켜나가야 한다. 이번에 사고를 당한 승객들은 한창 미래를 설계할 나이인 고등학생과 아들 생일 장을 보고 귀가 중이던 노모 등으로 파악되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더 이상 이런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박노창 기자 park@ar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