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제의 소재=추진위 단계에서 정비업체를 선정하게 되면 조합 설립 인가 이후에도 추진위원회가 행한 업무와 관련된 권리와 의무는 조합이 포괄 승계한다는 도시정비법 제34조 제3항 규정에 의거 별도의 추인 내지 승계 결의 없이도 추진위 단계에서 선정한 정비업체가 조합 설립 인가 이후에도 그 지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법제처는 2019. 9. 6. 조합설립 추진위원회의 업무 범위에 ‘조합의 업무 범위에 속하는 업무를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에게 위탁하거나 그에 관하여 자문을 받기로 하는 것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하면서 정비사업 업계에서는 일대 혼란이 일어났고, 법제처 해석대로라면 조합 설립 인가 이후 새로이 정비업체 선정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것인지 논란이 되어 왔다. 이에 대해서 최근 전주지방법원에서 법제처 유권해석을 뒤집는 판결이 나온 바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2. 전주지방법원 판결 및 기타 판결례=추진위원회가 선정한 정비업체를 창립총회를 통해 추인하였는데, 전주시장은 정비사업조합의 계약 및 용역업체 선정 등은 추진위원회 운영규정 제6조에 의하여 추진위원회에서 조합으로 승계되지 않음에도, 원고 조합이 창립총회를 통해 이 사건 계약을 포괄승계 한 것은 도시정비법 제34조와 추진위원회 운영규정 제6조에 위반된다고 하면서 원고에게 시정명령처분을 하였고 원고 조합은 위 시정명령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사건에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은 위와 같이 도시정비법에서 추진위원회의 기능 중 하나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이를 가리켜 추진위원회의 업무범위를 초과한 것으로 승계가 제한된다고 할 수 없다”고 하거나, “추진위원회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하고 용역계약을 체결한 행위가 관계 법령 및 원고 조합의 정관이 정하는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전주시장의 시정명령처분을 취소하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서울행정법원은 추진위원회의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선정은 원칙적으로 무효인데다가 조합 총회를 통한 추인결의도 없었으므로, 추진위원회가 선정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용역에 대한 과세관청의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은 취소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제기된 사건에서, 추진위원회가 체결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용역계약은 유효하고, 그 계약에 따른 권리의무는 조합에 모두 승계되므로, 추진위원회가 선정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용역에 대한 부가가치세 부과 처분은 타당하다는 판결을 하였다.

법제처 유권해석이 있은 후에도 하급심은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선정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지위가 조합에 포괄승계된다는 판시를 하였는데, 대전지방법원 결정은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선정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및 설계자는 조합설립 후 조합에 포괄승계되므로 이를 인준하기 위한 관련 안건도 적법하다”고 판시하기도 하였다.

3. 검토=법제처의 유권해석은 추진위원회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하는 경우에 조합의 업무가 아닌 조합설립 추진위원회의 업무범위에 속한 사항에 한하여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해야하는지 여부를 질의한 사안에서 추진위원회에서 선정하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업무범위에 조합의 업무범위에 속하는 업무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법률해석을 한 것인바, 위 유권해석을 추진위원회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하고 그에 대한 창립총회의 추인 결의를 득한 경우까지 확대하여 적용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또한 법제처 또한 도시정비법령이 추진위원회가 선정하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업무범위를 조합 설립 전 업무로 한정하는 취지로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추진위원회가 선정하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업무범위를 제한하려면 다른 법률상 근거가 필요한데, 도시정비법 제32조 제1항 제1호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을 추진위원회의 업무로 규정하고 있을 뿐, 특별히 위탁받거나 자문 받을 수 있는 내용을 제한하여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하도록 규정하지 않았고, ② 추진위원회 운영규정 별표(이하 ‘별표 운영규정’) 제5조 제3항이 추진위원회가 선정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업무범위로 별표 운영규정 제5조 제1항 각호(제5조 제1항 제2호 제외)를 들고 있는 것은 추진위원회 운영규정이 조합이 아닌 추진위원회를 구속하는 규범으로 추진위원회의 업무에 속하는 사항을 규율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라는 점에서 비롯된 것일 뿐, 국토교통부 고시로 추진위원회에서 선정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조합 설립 이후 업무범위 수행 가부를 규정하려는 취지로 보이지 않고, ③ 추진위원회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하는 경우 주민총회로 족하나 조합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하는 경우에는 조합원 총회의 결의가 필요하다는 법제처의 논거는 창립총회는 조합원만이 참석자격 및 의결권을 갖는 것으로 조합 설립 이후의 조합원 총회와 참석 대상이 동일하므로, 적어도 창립총회의 추인결의가 있는 경우에는 추진위원회가 선정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지위 또한 조합에 승계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반론이 가능하다고 할 것이며, ④ 아울러 사법부에 의한 사법해석과 행정기관이 행하는 행정해석이 충돌할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와 같은 경우 당연히 사법해석이 최종적 효력을 가지며 행정기관의 해석은 그 효력이 부정된다는 것이 법제처의 입장인바, 적어도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이뤄진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선정을 창립총회에서 추인한 경우에는 사법해석에 따라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가 조합설립인가 이후의 업무를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사료된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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