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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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증축형 리모델링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대형사들도 적극 수주에 나서고 있다. 기존 강자인 쌍용건설, 포스코건설, HDC현대산업개발 외에도 삼성물산, 현대건설, DL이앤씨, 롯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상위 10대 건설사 대부분이 리모델링에 뛰어들었다. 올해 첫 수주 테이프도 경기 용인시 현대성우8단지 리모델링사업장에서 끊었을 정도로 건설사들의 관심은 상당하다. 그런데 특이한 점이 발견됐다.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실질적인 ‘경쟁’이 사라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시공자 선정 기준 등 경쟁 유도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상당수 조합이 일반경쟁보다 제한·지명경쟁을 택하고, 건설사들 역시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로 경쟁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지는 시공자 선정이 이뤄진 사업장 사례와 ‘경쟁’이 배제된 이유 등에 대한 문제점을 3회에 걸쳐 조명할 예정이다.

리모델링은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재건축 대체재라는 오명을 벗고 정비사업과 함께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 방안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만큼 대형사들의 진출도 활발해졌다. 하지만 리모델링 활황기라는 업계의 평가가 무색할 정도로 최근 약 3년 동안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경쟁’이 이뤄진 사례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실제로 본지가 지난 2019년부터 약 3년 동안 수도권 리모델링 시공자 선정 사례를 분석한 결과 정작 경쟁이 펼쳐진 사업장은 극히 드문 것으로 파악됐다. 수도권에서는 지난 2019년부터 현재까지 약 30곳이 시공자 선정을 마쳤거나, 입찰이 진행 중이다. 이중 서울 서초구 잠원훼미리아파트와 동대문구 신답극동아파트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시공자를 선정했다.

먼저 잠원훼미리아파트의 경우 2019년 리모델링업계 최초로 시공권 확보를 위한 3파전 구도가 형성됐다. 당시 입찰에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이 각각 참석했고, 치열한 경쟁 끝에 포스코건설이 시공권을 따냈다. 신답극동아파트도 같은해 9월 쌍용건설이 금호건설과의 시공권 확보 경쟁 끝에 시공권을 확보했다.

그런데 이듬해부터 시공자 선정 경쟁이 사라졌다.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경쟁 기대감이 높았던 사업장도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 대표적으로 용인시 현대성우8단지가 꼽힌다. 이 단지는 지난해 말 포스코건설과 현대건설이 각각 현장설명회에 참석하면서 대형사간에 시공권 확보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던 곳이다. 양사 모두 시공권 확보를 위해 현장설명회 전부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양사는 전략적 제휴(?)를 맺었고, 이듬해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공권을 따냈다.

이후에도 시공권 확보 경쟁이 기대됐던 곳에서 건설사들은 전략적 제휴를 택했다. 가락쌍용1차아파트의 경우 지난 15일 쌍용건설과 포스코건설·현대엔지니어링·대우건설 컨소시엄을 시공자로 선정했다. 이 단지는 공사비만 8,000억원에 달해 역대 최대 규모로 평가 받았다. 그만큼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경쟁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컸다. 실제로 지난 2월 1·2차 현장설명회에 쌍용건설·현대엔지니어링·대우건설 컨소시엄과 포스코건설이 각각 참석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도 리모델링 준공 실적 1위 쌍용건설과 수주 1위 포스코건설 맞대결에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경쟁은 성립되지 않았다. 이곳 역시 입찰에는 쌍용건설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포스코건설이 참여하는 등 경쟁 없이 시공자 선정을 마쳤다.

시공권 확보 경쟁이 사라지면서 조합원 선택의 폭이 줄어든 셈이다. 만약 경쟁을 통해 시공자를 선정했다면, 건설사들이 공사비 등의 부문에서 조합원에게 더 유리한 사업조건을 제시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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