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기자설명회에서 재개발 규제 완화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기자설명회에서 재개발 규제 완화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서울시가 주거정비지수제 폐지 등의 재개발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 재개발사업의 진입장벽을 낮춰 오는 2025년까지 13만호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지난 26일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6대 규제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재건축의 경우 일부 단지에서 시장 교란행위가 감지되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집값 자극이 덜한 재개발사업에 규제 완화책을 우선 가동해 주택공급을 본격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015년부터 서울시내에 신규 지정된 재개발구역이 단 한건도 없을 정도로 주택공급이 억제되어 왔다”며 “중장기적인 주택수급 안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재개발·재건축 정상화’라는 과제가 반드시 선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이전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사업장을 통해 2025년까지 연평균 1만2,000호를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지만, 2016년 이후에는 입주물량이 연평균 4,000호로 대폭 감소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시는 재개발 규제완화를 통해 주택공급량을 2025년까지 연평균 공급량을 두 배인 2만6,000호로 끌어올려 5년간 총 13만호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주거정비지수제 폐지
주거정비지수제 폐지

▲정비구역 지정 빗장 ‘주거정비지수제’ 폐지… 법적요건만 충족하면 구역지정 ‘OK’=우선 시는 그동안 정비구역 지정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했던 ‘주거정비지수제’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주거정비지수제는 박원순 전 시장이 재직하던 2015년에 도입한 제도로 주민동의와 노후도 등을 점수화해 일정 점수 이상을 받아야 정비구역을 지정할 수 있었다. 법적요건은 물론 주거정비지수제를 모두 충족해야 하는 만큼 재개발 초기단계의 대못 규제로 평가 받았다.

실제로 시는 재개발이 필요한 노후 저층주거지 가운데 법적요건이 충족된 지역은 약 5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주거정비지수제를 적용하면 재개발 가능지역은 14%로 급감한다. 이에 따라 상당수의 노후 저층주거지가 주거환경이 열악해지는 등의 슬럼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재개발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주거정비지수제가 폐지되면 법적요건만 충족하면 재개발 구역지정이 가능해진다. 현재 법적요건은 필수항목인 노후도 2/3 이상과 구역면적 1만㎡이상을 충족하면서, 선택항목(노후도 연면적 2/3 이상, 주택접도율 40%, 과소필지 40%, 호수밀도 60세대/ha) 중 1개 이상을 만족하면 된다.

공공기획 전면 도입
공공기획 전면 도입

▲서울시 주도 ‘공공기획’ 전면 도입해 정비구역 지정 2년 이내로 단축=시가 주도하는 ‘공공기획’을 전면 도입해 정비구역 지정 기간을 줄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공공기획은 사전타당성조사부터 정비계획 수립단계까지 시가 주도해 공공성이 담보된 합리적인 정비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이를 통해 정비구역을 지정하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을 기존 5년에서 2년 이내로 단축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기존 자치구가 맡아 정비계획을 수립할 경우 통상 42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기획을 도입할 경우 약 1/3 수준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자치구가 정비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기간은 사전타당성조사는 12개월, 기초생활권계획 수립 10개월, 정비계획 수립 20개월 등이다. 하지만 공공기획과 정비계획을 시가 직접 진행하는 경우 약 14개월이면 진행할 수 있다. 또 주민제안·사전검토기간이 6개월에서 4개월로 줄어들고,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법정절차는 12개월에서 절반인 6개월이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민동의율 확인절차 간소화
주민동의율 확인절차 간소화

▲주민동의율 확인절차 3단계→2단계로 간소화… 초기단계 동의율 강화해 갈등 최소화=주거정비지수제가 폐지되더라도 주민동의 등 민주적인 절차는 강화하는 대신 확인 단계를 간소화한다.

현재 주민동의율 확인 절차는 주민제안 단계(10%)→사전타당성 조사 단계(50%)→정비구역 지정 단계(2/3 이상)로 진행된다. 하지만 사전타당성 조사단계는 ‘공공기획’ 도입으로 통합·폐지되는 만큼 주민동의율 확인절차를 2단계로 간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사전타당성 조사단계에서의 동의절차를 생략해 주민제안 후 바로 정비계획 수립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다만 사업초기 단계인 주민제안 단계에서는 동의율을 기존 10%→30%로 상향한다. 확인절차를 간소화하는 대신 주민간의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정비구역 지정단계는 현행과 마찬가지로 2/3 이상의 동의율이 유지된다.

재개발해제구역, 정비구역 재지정
재개발해제구역, 정비구역 재지정

▲재개발해제구역, 주민합의로 신규구역 지정=재개발해제구역 중 노후·슬럼화가 진행돼 주거환경개선이 필요한 지역은 주민합의에 따라 신규구역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시가 재개발해제구역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총 316곳 중 절반이 넘는 170여곳(약 54%)이 건물 노후화가 심각한 상황으로, 해당 구역들이 모두 법적요건을 충족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시는 주민들의 재추진 의사에 따라 구역지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해제지역의 70%가 동북권과 서남권에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어 해당지역에 재개발 재추진이 활성화될 경우 지역균형발전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2종일반주거지역 층수규제 완화
제2종일반주거지역 층수규제 완화

▲2종 일반주거지역 중 7층 높이제한 규제 완화… 용적률 등도 상향 적용=2종 일반주거지역 중 7층 높이제한을 적용받고 있는 지역에 대한 규제 완화도 추진한다. 현재 서울시내 2종 일반주거지역 가운데에는 난개발 등을 막기 위해 7층 이하로 층수를 제한하고 있는 지역이 적지 않다.

시에 따르면 서울시 2종일반주거지역은 전체 주거지역(325㎢)의 약 43%(140㎢)를 차지하고 있다. 2종일반주거지역에서 7층 이하규제를 적용 받고 있는 지역은 무려 61%(85㎢)에 달해 주거지역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시는 7층 이하 층수제한이 적용되는 지역에서 재개발을 추진하는 경우 주거환경개선을 위해 규제를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정비계획 수립 시 2종일반주거지역 수준으로 용적률(기준용적률 190%·허용용적률 200%)을 적용할 수 있고, 7층 이상으로 건축이 가능해져 사업성이 개선되는 것은 물론 주택공급 확대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개발 구역지정 공모
재개발 구역지정 공모

▲‘재개발구역 지정 공모’ 통해 매년 25개 이상 구역 발굴=재개발 구역지정을 활성화하기 위해 매년 ‘재개발구역 지정 공모’도 실시한다. 구역지정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재개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한 취지에서다.

시는 재개발 구역지정 공모를 통해 매년 25개 이상의 구역을 발굴한다는 목표다. 각 자치구별 주택수급계획과 재개발현황 등을 토대로 연도별 공급목표를 설정하고, △재개발 시급성 △자치구 안배 △추진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업구역을 선정할 계획이다.

한편 시는 이번 6대 규제완화책 시행을 위한 준비 절차로 오는 10월까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 변경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또 투기방지 대책을 병행해 투기세력 유입차단을 위한 모든 방법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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