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2.8. 전부개정되기 전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재건축사업에서의 매도청구에 관하여 집합건물법을 준용하던 까닭에 구 도시정비법 하에서 재건축조합이 조합설립 미동의자에 대하여 매도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먼저 조합설립인가 후 ‘지체없이’ 조합설립 동의여부에 대해 회답할 것을 촉구(최고)해야 했다. ‘지체없이’ 최고를 하지 않는다면 그를 전제로 한 매도청구권 행사도 적법하지 않다고 보았다.

여기에서 ‘지체없이’가 내포하는 구체적인 기간에 관하여, 대법원은 조합설립인가 직후는 아니더라도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재건축사업의 진행 정도에 비추어 적절한 시점에는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단하면서도 조합설립 후 2년이 지나서 한 최고는 부적법하다고 판단했고, 하급심 법원들도 이를 저항선으로 삼아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시공사 선정 지연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최고가 상당기간 지연된 재건축조합은 적법한 매도청구권이 없어 매도청구소송에서 패소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미동의자들 소유의 토지등에 관하여 모두 별도의 협의매수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데, 그중 단 1인이라도 합의가 불성립하게 되면 해당 재건축사업은 사실상 영구적 불능상태에 빠지게 되므로 결국 조합을 해산한 후 다시 새로운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매도청구권을 행사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와 같은 사회적·경제적 막대한 손실을 막기 위해 대법원은 매도청구권의 행사기간이 도과했다 하더라도 매도청구권이 종국적으로 소멸한다고 보지 않고, 조합이 새로이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받는 것과 동일한 요건과 절차를 거쳐 조합설립변경인가처분을 받음으로써 그 조합설립변경인가가 새로운 조합설립인가로서의 요건을 모두 갖추었다면, 그에 터 잡아 새로이 매도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을 허용한다(대법원 2012다90047 판결 등).

다시 말해 조합설립변경인가처분에 기한 새로운 매도청구권 행사가 적법하기 위해서는 ①조합설립변경에 대한 동의서 징구 및 동의요건을 충족할 것 ②조합설립변경에 대한 총회 결의 및 결의요건을 충족할 것 ③조합설립변경인가처분이 있을 것을 요한다.

이러한 요건을 모두 갖췄다면 설령 그 변경인가가 시장·군수에게 신고하여 변경할 수 있는 ‘경미한’ 사항의 변경을 내용으로 하더라도, 나아가 오로지 새로운 매도청구권의 행사를 목적으로 받은 것이라 하더라도 무방하다(대법원 2012다111531 판결 등).

한편 전부개정 도시정비법부터는 재건축사업에서의 매도청구에 관하여 특칙(제64조)을 따로 두어 사업시행인가부터 30일 이내에 최고, 최고 후 2개월 내 회답, 그 회답기간 만료 후 2개월 이내에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것을 규정한다. ‘지체없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판단적 불명확성이 없어짐에 따라 법이 정한 기간 내에 적법하게 매도청구권 행사가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판단이 보다 명쾌해 진 것이다.

아직 전부개정 도시정비법이 적용된 이후에 행사기간을 도과한 매도청구권의 행사에 관한 우리 법원의 입장은 분명치 않으나, 기존 대법원이 보여준 기준을 현행법 하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새로운 사업시행인가와 동일하다고 판단될 정도로 실체적·절차적 요건을 모두 갖추어 사업시행변경인가를 받는다면 단순 신고로도 가능한 ‘경미한’ 사항의 변경이라 하더라도, 그에 기하여 다시 최고를 하고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적법하다고 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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