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이 구현해야할 사회적 가치는 무엇일까. 공공은 경제·사회·환경 등의 부문에서 법과 제도 기반을 구축해 운용한다. 이러한 규범은 국민 재산 보호와 삶의 질 향상에 가장 큰 목적을 두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일부는 전반적인 상황을 세심하게 고려하지 않은 제도 시행과 적용을 강요하면서 시민에게 고통을 준 사례가 있다. 바로 경기 수원 영통2구역 재건축사업장이 이에 해당된다.

이곳은 지난 2017년 10월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건축심의를 거쳐 2020년 2월 사업시행인가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지자체는 돌연 당해 시행된 신설조례에 따라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만 사업시행인가 절차를 이행할 수 있다고 했다. 조합은 이미 환경부 질의를 통해 환경영향평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답변서를 받은 후 건축심의까지 통과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입장을 전달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조례시행에 따른 ‘소급적용’ 대상이라는 내용이었다.

사업은 1년 넘게 정체됐다. 도 요구대로 환경영향평가를 받는다면 사업기간은 최소 2년이 소요되고, 1,6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추가비용 발생이 우려됐다. 조합은 권익위원회와 법제처, 도의회 등을 찾아 제도적 부당함을 호소했다. 권익위는 영통2구역의 경우 환경영향평가 소급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결국 조합은 신청 1년여가 지나고 나서야 수원시로부터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수 있었다.

당초 조합은 신설조례 시행 이전에 대해 공공에서 아무런 언질도 주지 않았다고 토로한다. 공공이 민과의 기본적인 소통업무 소홀로 인해 원활하게 추진돼왔던 재건축이 1년 넘게 지체됐던 셈이다.

재건축 중단은 공공이 제도를 통해 주민을 보호하기 보다는 사업 추진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데에서 비롯됐다. 가장 큰 문제는 신설조례를 시행하기 전에 제도 적용으로 인해 일선 사업장들이 어떠한 영향을 받게 되는지 세부 검토를 동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경과조치도 두지 않았다.

환경영향평가 소급적용만 강조하면서 사업은 장기간 지체됐고,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의 불편함과 사업기간 증가에 따른 분담금 증가 우려가 동반 상승했다. 법 제정의 목적은 규제와 처벌이 아니다. 제도 초기 시행 단계에서 다소 분쟁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사전에 충분한 검토를 동반했더라면 조합원이 애꿎은 피해를 볼 일은 없었을 것이다.

박노창 기자 par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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