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압구정과 여의도, 목동, 성수 등 4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앞으로는 주거지역의 경우 면적 18㎡, 상업지역은 20㎡를 초과하면 관할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주택과 토지 등에 대한 거래가 가능하다.

사실상 인위적으로 거래를 위축시켜 집값 상승 열기를 잠재우겠다는 의미다.

오 시장은 후보 시절부터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던 장본인이다. 취임 후 지난달 21일 ‘정비사업 정상화를 위한 사전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개정을 위한 개선 건의안을 국토교통부에 발송했다고 했다.

그런데 같은 날 주요 정비사업이 추진 중인 4개 지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아이러니하다. 갑작스런 규제 카드에 시장에서는 당황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속내는 해당 지역에서 투기 수요를 차단해 집값 상승 우려를 줄이고,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통해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까지 역대 정권과 지자체장들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과거 노태우 정부가 200만가구를 공급하면서 집값을 안정시킨 사례가 있다. 현 정부 역시 수도권 127만가구에 2·4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83만가구를 더한 공급책을 내놨다. 노 정부 당시 나왔던 주택건설계획에 버금가는 역대급 규모다.

그런데도 주택가격은 연일 상한가를 갱신하고 있다. 사실 과거와 현 정부 사례는 비교하기가 애매한 상황이다.

노 정부가 당시 집값 안정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현재의 구도심에 속하는 서울 노원 상계와 도봉 창동 등에 대규모 주택을 공급했기 때문이다. 반면 현재 서울은 가용할 수 있는 빈 땅이 없다. 오로지 정비사업을 통해 대규모 공급을 이룰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욱이 정비사업을 추진한다고 하면 새 아파트 건립과 집값 상승, 두 가지 기대감이 동반상승하면서 투기수요도 급증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 시장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카드는 집값 상승 억제와 동시에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통해 공급을 늘리겠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내놓은 정책으로 평가된다. 즉, 완화와 규제를 동시에 추진해 ‘주택공급’은 물론 시장 안정화도 꾀하겠다는 것이다. 언뜻 반대되는 개념이어서 오 시장의 이번 정책이 성공할 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정신에는 응원을 보내고 싶다.

박노창 기자 par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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