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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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개선 여부가 업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서울시가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를 국토교통부에 공식적으로 요구했기 때문이다. 특히 집값 상승 우려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강수를 쓰면서 국토부를 압박했다.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다른 방식을 통해 집값이 불안해지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정부도 주택공급 확대라는 명분을 위해 재건축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항목 비중 [그래픽=홍영주 기자]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항목 비중 [그래픽=홍영주 기자]

▲안전진단 강화 이후 재건축 확정까지는 ‘산 넘어 산’=지난 2018년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한 이후 심의를 통과한 구역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에 따르면 안전진단이 강화되기 전 3년(2015년 3월~2018년 3월)간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는 56곳에 달했다. 하지만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된 지난 2018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는 5곳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무려 89% 가량이 감소한 셈이다.

당시 정부는 △주거환경 △건축마감 및 설비노후도 △구조안전성 △비용분석 등 4개 항목 중 구조안전성의 가중치를 대폭 높였다. 기존 구조안전성 비중은 20%였지만, 기준이 강화되면서 50%로 상향됐다. 대신 주거환경 비중을 기존 40%에서 15%로 대폭 낮추고, 건축마감 및 설비노후도는 30%에서 25%로 내렸다. 사실상 아파트의 건축물에 심각한 결함이 없다면 재건축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시 “주거환경·설비노후·구조안전 비중으로 동일하게 완화” 요구=시는 현행 안전진단 기준이 재건축 자체를 막고 있다고 판단해 규제를 완화해 줄 것을 지난달 21일 공식 건의했다. 재건축 정비계획 입안 자체가 어려운 만큼 주거환경 개선과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안전진단 문턱을 다소 낮추자는 것이다.

시가 국토부에 보낸 개정 건의(안)에 따르면 안전진단 기준을 주거환경과 설비노후도, 구조안전의 비중을 동일하게 책정했다. 즉 안전진단 기준의 가중치를 주거환경 30%, 설비노후도 30%, 구조안전성 30%로 조정하고, 비용분석 10%는 유지하자는 내용이다.

시의 건의대로 기준이 완화될 경우 주민의 실생활에 불편을 초래하는 곳들도 재건축이 가능할 전망이다. 주차부족이나 층간소음, 누수, 노후배관, 소방안전방안 미확보 등이 안전진단 점수에 더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목동신시가지와 상계동 일대 재건축단지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국토부, 기준 완화 여부에 고심… 집값 영향 여부에 촉각=시의 안전진단 완화 요청을 두고 정부도 고심하고 있는 분위기다. 재건축 규제를 완화할 경우 집값 상승이 우려되지만, 시의 요구를 무조건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시가 일부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집값 안정을 위한 대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민간에서 지속적으로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까지 공식적으로 건의한 만큼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에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시장 안정이 확보되면 안전진단 기준 완화가 가능하다고 직접 언급한 만큼 협의 가능성은 열려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1일 문 대통령은 오세훈 서울시장을 초정한 오찬 간담회에서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해 달라는 요구에 대해 “입주자들이 쉽게 재건축을 할 수 있게 하면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고, 부동산 이익을 위해서 멀쩡한 아파트를 재건축하려 할 수 있다”면서도 “시장 안정조치만 담보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답했다.

노형욱 신임 국토부 장관도 민간 재건축 규제와 관련해 절충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노 장관은 “공공 주도와 민간사업이 양자택일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정부의 2·4 공급대책도 기존에 있던 대책의 한계점을 돌파하기 위해 서로 ‘윈윈’하자는 의지인 만큼 국민의 시각으로 생각하면 좋은 절충점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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