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LH 사태와 관련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국민에게 사죄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7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LH 사태와 관련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국민에게 사죄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조직적인 땅 투기 의혹이 번지면서 공공방식의 정비사업도 빨간 불이 켜졌다. 공공의 신뢰성을 바탕으로 한 신속한 사업추진을 홍보해 온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이 공공성이라는 근간부터 흔들리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2·4 부동산 대책인 ‘공공주도 3080+’를 통해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은 LH 등 공공이 소유자들로부터 토지나 주택을 수용해 재개발을 진행하고, 신축된 아파트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토지등소유자 2/3 이상과 토지면적의 1/2 이상이 동의하면 공공을 직접시행에 나서 단기간 내에 사업을 마친다는 계획이었다.

국토교통부는 신도시와 공공 직접시행, 역세권 개발 등을 통해 총 200만호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공공 직접시행을 통한 공급량은 13만6,000가구로 주로 도심지 내에 주택을 추가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택시장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직접시행자 중 하나인 LH에 투기꾼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쓰이면서 공공방식은 시작 전부터 위기를 맞게 됐다. 신도시는 물론 정비사업도 공공을 신뢰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국토부가 지난달 서울역 쪽방촌 일대를 개발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무산 위기에 놓였다. 지난 8일 동자동 주민대책위원회는 LH 용산특별본부 앞에서 시위에 나섰다.

대책위 관계자는 “LH가 투기로 얼룩진 집단이라는 것이 드러난 상황에서 개발을 맡길 수 있겠냐”며 “공공사업을 철회하고, 민간개발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후보지를 신청한 구역들도 난감한 상황이다. 공공재개발의 경우 시범사업 후보지로 선정되면 주민의 동의를 받아야 사업이 확정된다. 당장 시범사업 후보지가 되더라도 동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재개발구역의 추진위 관계자는 “LH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돼도 사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일부 주민들은 공공재개발 후보지 신청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도 타격을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달 2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컨설팅 단지 모집을 진행하고 있다. 컨설팅은 기존 조합 방식과의 비교를 통해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선택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사전 업무에 해당한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에 대한 신뢰성에 의심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공공에 대한 불신이 주택공급대책으로 확대됨에 따라 당·정이 진화에 나섰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8일 국가수사본부장을 집무실로 불러 ‘부동산 투기 특별수사단 운영방안’을 보고 받았다. 이 자리에서 정 총리는 “서면주거안정을 위해 만들어진 LH 임직원의 신도시 투기 의혹은 기관 설립정신을 정명으로 위배한 것”이라며 “공직자를 포함한 모든 불법적·탈법적 투기행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 엄정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국회에 제출된 ‘LH 투기방지법’을 3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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