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삼부아파트 [사진=심민규 기자]
서울 여의도 삼부아파트 [사진=심민규 기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삼부아파트가 ‘조합원 2년 거주의무’ 규제를 적용 받을 위기에 놓였다. 강남 압구정 등 주요 단지들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조합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삼부아파트는 되레 사업이 뒷걸음질 치고 있기 때문이다.

삼부아파트는 지난해 말 토지등소유자 82%의 동의율을 확보해 창립총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일부 동의 소유자들이 재산 가치에 추가 보장을 요구하면서 동의를 철회해 총회 개최가 무산됐다. 문제는 조합원 2년 거주의무 등이 담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국회에 대기 중이라는 점이다. 만약 3월 임시국회에서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늦어도 6월까지는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해야 한다. 동의서 징구와 창립총회 등의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남은 시간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삼부아파트 지번 정리되지 않아 일부 지역에 상업지역 포함… 1·2·3·5동 소유자 “상업지역 용적률에 따른 개발이익 더 달라” 요구=삼부아파트는 여의도 한강공원 인근에 위치한 총 866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다. 특이한 점은 한 단지임에도 두 개의 지번으로 구분되어 있다는 점이다.

여의도 개발 당시 삼부토건은 미분양을 우려해 삼부아파트를 3차례에 걸쳐 분양을 진행했다. 현재는 여의도가 높은 땅값을 자랑하는 지역이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공무원 등을 반강제로 입주케 할 정도로 인기가 낮았다. 삼부토건은 1차 분양이 성공하자 2차·3차 분양을 진행해 1975년 12월부터 차례대로 사용 승인을 받았다.

그런데 준공 이후에도 지분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게 문제가 됐다. 토지 정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동일 단지 내에 2개의 지번이 그대로 남게 된 것이다. 당시 1차로 분양을 진행했던 1·2·3·5동의 경우 일부 상업지역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해당 동의 소유자들은 상업지역에 높은 용적률이 적용되는 만큼의 이익을 보장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동의서를 철회한 이유도 조합정관에 자신들의 이익이 보장되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주민들은 지번을 구분해 ‘독립정산방식’으로 사업을 분리 진행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 “특정 소유자에 대한 이익 보장·아파트 독립정산은 법적으로 불가”=반면 삼부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1·2·3·5동의 소유자들이 주장하는 추가이익 보장이나 독립정산방식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조합원들의 종전자산평가금액은 2곳 이상의 감정평가업체가 평가한 금액을 산술평균하도록 법에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정관 상 종전자산의 평가방법을 따로 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문가들도 특정 동의 이익을 보장하는 정관이나 종전자산평가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한 대형감정평가법인의 감정평가사는 “법에서 정하고 있는 종전자산평가 방법은 감정평가업체가 산정한 금액을 산술평균하는 방식과 전원이 합의해서 결정하는 방법이 있다”며 “토지등소유자 전원 동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정관에 특정 조합원의 이익을 보장하는 조항은 법령을 넘어서는 것이어서 효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3월 임시국회서 ‘조합원 2년 거주의무’ 통과 시 6월 시행… 규제 적용 시 피해 불가피=삼부아파트의 재건축조합설립이 늦어지면서 ‘조합원 2년 거주의무’가 적용될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조합원 거주의무는 수도권 내 투기과열지구에 위치한 재건축단지의 조합원이 2년 이상 거주하지 않으면 현금청산 대상자가 되는 제도다. 당장 재산권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강력한 규제로 작용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정부가 6·17 대책 발표 이후 압구정을 비롯해 개포, 과천 등 강남권에서는 조합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압구정의 경우 이미 대부분 구역들이 조합을 설립했거나, 임박해 사실상 규제를 피하게 됐다. 개포지구에서도 5단지와 6·7단지가 조합설립인가를 받았으며, 과천8·9단지도 조합을 설립한 상황이다.

하지만 삼부아파트의 경우 조합설립동의율을 확보했음에도 동의 철회로 인해 오히려 70% 이하로 떨어진 상황이다. 조합설립이 더 늦어지면 조합원 거주의무 규제에 걸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조합원 거주의무 규제가 적용되면 실거주를 할 수 없는 소유자는 재산상의 큰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장기간 조합을 설립하지 못했던 압구정이나 개포지구에서 조합설립이 가능했던 것은 조합원의 재산가치 하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