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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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의 전화번호’가 조합원이 요청할 경우 제공해야 하는 정보라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하급심에서는 재판부에 따라 조합원의 전화번호를 공개해야 하는지를 두고 판단이 엇갈렸다. 일부 법원에서는 공개 대상이라고 판결한 반면 일부 법원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조합원의 전화번호가 열람·복사 대상에 해당한다는 최종 판결을 내림에 따라 공개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사라지게 됐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상환)는 지난 10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 상고심에서 조합원의 전화번호 등에 대한 열람·복사 요구에 응하지 않은 조합임원은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원심을 확정했다.

먼저 재판부는 ‘조합원의 전화번호’가 도시정비법에서 정하고 있는 열람·복사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현행 도시정비법에 따르면 조합원이 정비사업 시행에 관한 서류와 관련 자료에 대해 열람·복사 요청을 하는 경우 추진위원장이나 사업시행자는 15일 이내에 요청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열람·복사의 대상인 서류에는 ‘조합원 명부’를 규정하고 있는데, 해당 명부에 전화번호가 기재되어 있다면 조합원의 전화번호도 열람·복사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조합원 명부에 조합원의 전화번호가 기재되어 있지 않더라도, 조합이 조합원들의 전화번호를 수집해 관리하고 있다면 열람·복사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조합이 정비사업 시행을 위해 조합원들의 전화번호를 수집·관리했다면 도시정비법상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한 서류와 관련 자료’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재판부는 도시정비법에 따라 열람·복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정보는 ‘주민등록번호’에 한정하고 있다는 점도 판결의 근거로 들었다. 즉 주민등록번호를 제외한 다른 정보는 원칙적으로 열람·복사의 대상이 된다고 해석한 것이다.

특히 이번 소송에서는 조합임원이 조합원들의 전화번호를 공개하는 것이 개인정보 보호법에 위반되는지에 대한 판단도 나왔다. 재판부는 조합원의 전화번호가 개인정보 보호법에서 정한 개인정보에 해당하지만,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여서 공개가 가능하다고 봤다.

즉 전화번호는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이지만, 의무조항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열람할 수 있는 정보라는 것이다. 더불어 조합의 공익과 조합원의 권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에도 해당해 비공개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해석했다.

이와 함께 대법원은 ‘신축건물 동호수 배정 결과’도 열람·복사 대상이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동호수 배정 결과가 정비사업의 관리처분계획 및 이전고시를 통해 조합원에게 공개돼야 하는 정보”라며 “조합의 집행부가 추첨·배정 결과를 미리 조합원들에게 공개하지 못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신축건물 배정 동호수는 개인정보 보호법에서 정한 개인정보에 해당하지 않으며, 비공개대상 정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조합원별 신축건물 동호수 배정 결과는 조합이 제공해야 하는 열람·복사의 대상이라는 원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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