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조합장 | 대전 부사동4구역 재개발 [사진=심민규 기자]
이종찬 조합장 | 대전 부사동4구역 재개발 [사진=심민규 기자]

“‘내가 죽기 전에 재개발된 아파트에 하루라도 살 수 있겠나’라는 한 고령 주민의 말씀을 듣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사실 당신만 생각한다면 재개발에 동의할 이유가 없죠. 하지만 후손을 위해 재개발을 해야 한다며 기꺼이 동의서를 내어주셨습니다. 그분들이 재정착할 수 있도록 최대한 사업기간을 단축시키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대전 부사동4구역의 재개발사업을 이끌고 있는 이종찬 조합장의 목표는 최대한 많은 주민들이 재개발된 아파트에 다시 살게 하는 것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사업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것은 물론 조합원 분담금이 절감되도록 사업성도 높여야 한다. 하지만 국제금융위기와 대규모 미분양 사태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사업을 장기간 중단해야 했다. 최근 오랜 기다림 끝에 기회가 왔다. 대전지역의 분양시장이 살아나면서 재개발을 다시 추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대전광역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이 새롭게 수립되면서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한 사업성 제고도 가능해졌다. 이 조합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대전 부사동4구역 재개발 조감도 [사진=조합 제공]
대전 부사동4구역 재개발 조감도 [사진=조합 제공]

▲대전에서 부사동은 과거 부자 동네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낙후지역으로 변모했다. 현재 구역 상황은=과거 부사동이라고 하면 나름 명망이 있고, 부유한 사람들이 거주하는 동네였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을 이길 수 없어 주택이 노후하고, 기반시설도 열악한 상황이 됐다. 여전히 부유한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신축 아파트로 많이 이사를 갔다. 현재 주택이 노후화되면서 거주하기에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이 많다. 기반시설도 개보수가 이뤄지긴 했지만,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다. 일부 지역은 낡은 상하수도로 인해 악취가 진동을 하기도 한다. 주민들이 보다 쾌적한 환경을 누를 수 있도록 재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재개발이 시급한 상황임에도 장기간 사업이 추진되지 못했다. 그동안 사업은 어떻게 진행됐는지=지난 2007년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재개발을 추진했다. 정비구역을 지정 받기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조합을 설립하기 위한 조건이 만들어졌지만, 국제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부동산 시장까지 침체됐다. 협력업체들도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방 사업장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운영경비를 마련할 방안이 없어진 셈이다. 결국 사업비를 조달하지 못해 사무실을 폐쇄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에는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웠다. 재개발이 시급한 상황에서 시장 침체로 사업을 진행하지 못한다는 것은 주민들에게 죄를 짓는 것 같았다. 하지만 대전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다시 살아나면서 재개발을 추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지난 2018년 4월 사무실을 다시 열게 됐고, 지난해 조합설립인가에 이어 시공자까지 선정할 수 있었다.

▲조합장으로서 재개발사업을 추진하는데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지=조합을 설립하기 위해 동의서를 징구하던 당시에 한 어르신께서 주신 말씀이 가슴을 아프게 했다. 재개발을 끝나고 새롭게 지어지는 아파트에 단 하루라도 살 수 있겠냐는 말씀이셨다. 사실 재개발은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확실하게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동네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재개발이 필요하다며 조합설립동의서를 내주셨다. 재개발은 낙후지역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특성상 대부분 고령의 주민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사실 그분들을 위한 사업이라기보다는 후손들을 위한 사업이 맞다. 앞으로 사업을 완료하기까지 몇 년의 시간이 걸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대한 사업기간을 단축해 현재 살고 계시는 조합원들이 최대한 많이 재정착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단 한분이라도 많은 분들이 다시 모여 사는 모습을 상상하며 업무에 매진하고, 노력하고 있다.

이종찬 조합장 | 대전 부사동4구역 재개발 [사진=심민규 기자]
이종찬 조합장 | 대전 부사동4구역 재개발 [사진=심민규 기자]

▲재개발은 사업속도도 중요하지만, 사업성을 높여야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줄어들게 된다. 현재 조합에서는 어떤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지=정비계획 변경을 위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사실 기존 사업계획은 용적률 178%에 층수도 16층 이하로 계획되어 사업성이 높다고 볼 수 없었다. 대전의 상징과도 같은 보문산과 인접해 있어 고도제한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016년 대전광역시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이 변경 수립되면서 허용용적률이 상향됨에 따라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기본계획상 용적률이 210%까지 상향된 데다 고도제한도 풀리면서 층수도 높아지게 됐다. 다만 행정청의 인·허가나 심의 과정에서 시간이 다소 많이 소요된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재개발은 민간이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지만, 역할적인 부분으로 보면 공공이 해야 할 업무다. 물론 담당 공무원도 법령과 기준에 따라 적정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는 점은 공감한다. 하지만 공공이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보다 적극적인 행정을 펼쳤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

▲부사동4구역의 재개발이 완료된 후에 기대되는 부분은 무엇인가=과거 부사동 일대에 부촌이 형성됐던 이유는 우수한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도 편리한 교통망과 우수한 학군 등은 대전에서도 최고의 지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KTX와 지하철 등을 이용할 수 있는 대전역과 인접해 있으며, 보문산 기슭에 위치해 있는 쾌적한 자연환경도 누릴 수 있다. 더불어 이른바 ‘초품아’라고 불리는 학교와 인접한 단지가 조성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구역 인근에 보운초교를 비롯해 남대전고, 청란여중·고, 신일여고, 대흥초, 대전중·고교 등으로 통학이 가능하다. 특히 지난해 시공자로 선정한 한화건설이 대전역세권 일대를 개발하게 되는데다, 한화이글스파크가 가칭 대전 베이스볼드림파크로 재개발될 예정이다. 따라서 대전역과 야구장, 부사동4구역을 잇는 한화벨트가 개발되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한화건설이 시공자 선정 당시 이러한 계획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수주에 나섰다. 야구장에서 단지가 바로 보이는 만큼 홍보효과가 크기 때문에 입찰조건에도 상당히 신경을 썼다.

▲조합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조합원들에게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조합설립이나 정비구역 지정 등의 업무를 진행하는데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그동안 이른바 ‘비상대책위원회’라고 불리는 반대파가 없고, 민원이나 소송도 없었다. 조합원들의 협조 덕분에 구청으로부터 ‘모범구역’이라는 표창을 받게 됐다. 조합장이 아닌 조합원들에게 주는 상이라 생각한다. 조합장도 한명의 조합원일 뿐이다. 다만 재개발사업을 이끌어갈 사람이 필요하기에 주어진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조합원을 위한 재개발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다시 전하고 싶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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